NHK 수신료 거부운동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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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출장비 및 제작비의 허위.과다 청구 사실이 잇따라 발각되면서 "공영방송이 그래도 되는 거냐"는 시청자의 분노가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1만7000건이던 납부 거부 가구수는 9월 말에 3만1000건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에는 11만300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수금도 현재 10억엔에 달한다. 개국 51주년 이래 최대 수치다.

상황이 이같이 번지자 2일 기자회견을 연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회장은 "재발방지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시청자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NHK는 지난 10월부터 관리직 간부사원 1000명을 동원해 납부 거부하는 1만1000가구를 한달 동안 '사죄 방문'했다. 하지만 면담에 응한 6700가구 중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시 수신료를 내고 있는 가구는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신뢰해 왔는데 배신을 당했다"는 맹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NHK는 관리직 간부들이 조만간 납부 거부 가구를 다시 순회 방문키로 했다.

NHK는 일본 방송법에 의해 시청자로부터 수신료 징수가 인정되고 있는 특수법인이다. 광고가 없는 만큼 수신료 수입이 전체 수입의 80%가 넘는다. 단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가 수신료를 전기료와 통합 징수하고 있는 데 비해 NHK는 시청자가 따로 계좌이체를 하지 않는 한 직접 가구를 방문해 수신료를 거둔다.

이에 앞서 NHK 노동조합인 일본방송노동조합은 지난달 에비사와 회장의 경영책임을 요구하는 문서를 회사 측에 제출했었다.

2일 에비사와 회장은 "노조가 원하는 것은 나의 사임이 아니라고 본다"며 "신뢰회복이 곧 경영책임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현 미수금 규모도 지난해 시청료 징수 규모가 6487억엔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결산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범위"고 강조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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