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졸업생, 일자리 찾아 경제부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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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험에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펀드매니저 시험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올 2월 사법연수원 졸업예정자 朴모(31)씨의 푸념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

한 해 불과 3백명 남짓한 판.검사 임용을 포기하고 진작부터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朴씨같은 연수원생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경쟁자가 많아 취업문이 바늘구멍 같다. 이들이 주로 원하는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펀드매니저 같은 엘리트 집단의 수요인원이 그리 많지 않아서다.

4일 사법연수원 출신자 2~3명을 특채한다는 공고를 낸 재경부에는 3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2명을 뽑을 경우 16대 1, 3명을 뽑으면 11대 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12월 사법연수원 출신을 모집한 공정거래위와 금융감독원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3명씩 뽑을 예정이었지만 40명 이상씩이 몰려 상당수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판.검사는 인원이 한정돼 있지만 사시 합격자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졸업할 사법연수원생이 판.검사에 임용되려면 유수한 로펌 취업자를 감안하더라도 연수원 성적이 7백명 중 각각 2백30등, 3백50등 안에 들어야 한다.

판.검사 임용에서 탈락하면 개인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 실정을 보면 그쪽도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서울지회 소속 전체 변호사 2천6백63명 중 1천7백53명이 변호사 평균 수임 건수(41.5건)를 밑돌게 사건을 맡았으며,8백78명은 아예 한 건도 수임하지 못했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사시가 출세길'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며 "연수원생들 사이엔 연수원 성적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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