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LPG 사업 본격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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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SK가스와 E1에 이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판매시장에 제3의 경쟁자가 뛰어들었다. 삼성토탈은 27일 충남 대산공장에서 ‘LPG 탱크 준공 및 제품 출하 기념식’을 하고 에너지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1월부터 500억원을 투자해 최근 LPG 저장탱크를 완공했다. 지름 58m, 높이 40m, 저장능력 4만t 규모로 단일 LPG 저장시설로는 국내 최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LPG 탱크 완공으로 석유화학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를 대신할 대체원료로 LPG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나프타·LPG의 가격 변동에 따라 구매를 최적화하면 연 200억원의 원료구매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은 앞으로 연 100만t가량의 LPG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수입 물량 대부분을 대산공장 나프타 대체원료로 사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출하시설 보완 공사가 마무리되는 10월부터는 월 2만~3만t 규모로 자동차용 LPG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LPG 판매량이 최대 연 4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써 삼성토탈은 E1, SK가스에 이어 국내 자동차용 LPG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이날 유석렬 사장이 “이번 LPG 탱크 완공은 삼성토탈이 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신호탄”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LPG 시장 변화 올까=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LPG 값이 내릴지가 주목된다. 국내 자동차용 LPG 시장은 연간 450만t 규모. 삼성토탈이 판매할 40만t은 전체 시장의 9%가량 된다. 규모 면에서는 선발업체에 크게 밀리지만 시장 특성상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가격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가격 담합을 했다’며 LPG 업체들에 단일 사건 최대인 40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반기는 눈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경쟁이 더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PG 업계에선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내 LPG 수입 가격은 매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통보한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며 “적용되는 환율·세금이 같고 품질도 똑같아 가격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5월 자동차용 LPG(부탄) 가격은 E1이 ㎏당 1478원, SK가스가 1478.89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시장 진입 초기 삼성토탈이 공급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그 파급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삼성토탈은 현재로선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주로 정유사에 LPG를 공급할 예정이다. 자체 유통망 없이 정유사 판매에 의존하는 구도에선 가격 결정권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은 수급 밸런스가 미미하게 바뀌어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신규 사업자의 등장으로 가격이 전반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상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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