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육군 중위 "공군 하사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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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육군 중위로 제대한 30대 여성이 계급을 낮춰 공군 하사로 다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장교가 부사관으로 군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2일 공군 교육사령부에서 열린 제191기 공군 부사관 후보생 교육 수료 및 임관식에서 하사로 임관한 김재경(30.사진)씨. 그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여군 중위였다. 2000년 7월 육군 여군사관후보생 45기로 임관해 장교 생활을 시작한 뒤 4년을 복무하고 전역했다. 주로 전방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장병교육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전역한 뒤에도 군 생활을 잊지 못했다.

"사회에 나와 보니 다시 군이 그리워지더군요. 새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나 알아봤지요."

지난해 말 공군 부사관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의 경우 30세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 재입대를 결정하자 주변의 만류가 대단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장교 생활을 했던 사람이 어떻게 부사관으로 근무하겠느냐며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말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장교가 부사관으로 재입대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계급에 연연해 포기한다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는 정말로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김 하사는 이날 함께 하사가 된 동기들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 최연소인 박우덕(18) 하사와는 열두살 띠동갑이다. 그는 "중위가 하사가 되었다는 게 뭐 그리 큰 뉴스냐. 군에 대한 애정과 소신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거침없이 말했다.

한편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원희(유도).문대성(태권도) 선수의 체력관리를 맡았던 물리치료사 문영실(25)씨도 이날 하사로 임관했다. 물리치료사.스포츠테이핑(부상방지 치료요법) 등의 자격증이 있는 그는 "군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라며 "내 능력을 군에서 발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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