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IS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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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남녀가 서로 상대방에게 성적 호기심을 느낀다면 누구나 섹스를 연상한다. 영화는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볼 때, 특별한 사이가 아님에도 한 침대로 들어가는 남녀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그 정도로 프리섹스가 보편화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곽대희의 性칼럼

그런데 아무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가 있고, 그녀가 머무는 침대 곁에 근육질의 사내가 있다고 해도 남자의 성기가 발기하지 않는다면 성행위는 이뤄지지 않는다.

발기불능은 대개 75세 이후면 거의 모든 남성에게 온다. 성기 속의 발기주체인 해면조직이 경화돼 혈액의 유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성행위를 하지 못하면 감각기관의 접촉훈련이 부족해지면서 성기에 분포하는 감각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정한다.

이런 불완전 결합 상태에서의 성기 결합은 조루를 유발한다. 외국 서점에는 발기장애나 사정장애에 관한 저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버만 시스터즈가 쓴 『혼자서도 가능한 사랑의 기쁨』은 베스트셀러다. 비뇨기과 의사인 제니퍼와 임상심리사인 로라 자매가 공동 집필했다.

이들은 애무와 마스터베이션과 같은 자기 만족수단과 함께, 섹스 불능의 남편이 성적 흥분을 원하는 아내에게 성의 달콤함을 맛 보여주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끼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섹스가 좋은 것은 인간과 인간을 강하게 결속시켜 주고, 자기 육체의 욕구로 타인의 욕정을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자기 이외의 인간과 긴밀한 관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성교나 오르가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70대 후반쯤에 찾아오는 본격적인 발기부전은 젊었을 때와 같은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섹스는 불가능하더라도 아내를 깊숙한 흥분의 영역으로 몰아가는 적극적 애무로 치환했을 때 정신적 성취감은 훨씬 더 크고 감미롭다.

반드시 성기 결합과 피스톤 운동이 있어야만 섹스가 아닌 것이다. 쓰지 않는 신체기관은 반드시 퇴화하게 되어 있고, 정신력 또한 성과 에로틱한 요소를 상실하면 다시 그 능력을 회복하기 힘든 법이다. 그런 목적에서 제창되는 슬로건이 VENIS(very erotic noninsertive sex)라는 것이다.

삽입 없이도 애무만으로 여자를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묘하게도 그 스펠링이 페니스에서 P가 V로 바뀌어 있다. 이것은 남자에게 성취감이라는 훈장을, 여성에게는 성적 흥분의 유도가 골반 속의 혈류나 윤활성 질 분비물의 분비를 촉진해 질의 위축이라는 퇴행성 변화를 막아준다.

질이 위축되면 질점막이 건조해져 점막이 얇아지고 성교통도 발생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는 옛말은 여기서도 좋은 조언임을 증명하고 있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10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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