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스타열전] 1. 나카타 현지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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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나카타 히데토시(25.이탈리아 파르마). 그를 따라다니는 별칭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일본의 축구영웅' '천재 미드필더…' 등.

크리스마스인 지난해 12월 25일 3백33m 높이의 도쿄타워 앞 아메리칸 클럽.

언론을 극히 기피하는 나카타가 외신 기자 10여명만을 초청한 이례적인 자리였다. 기자는 한국을 대표해 초청장을 받았다. 오후 5시 30분. 수트.와이셔츠.넥타이를 검은색으로 통일한 세련된 차림의 나카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과를 들며 가벼운 담소를 나눴는데 영어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기자가 "한국에 당신 팬클럽 회원이 2천명을 넘는다"고 하니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즐거워했다.

-일본 대표팀은 어떤 상황인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은 개인기보다 팀워크를 강조한다. 또 아프리카 팀 같은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 선수들은 감독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켜 나갔다. 또 우리는 강한 팀과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일본의 월드컵 16강은 가능할까.

"가능성은 있다. 스포츠는 의외성이 매력이고 특히 축구는 이변이 많은 종목 아닌가. 역대 월드컵에서도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이번에도 많은 이변이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

기자가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45%, 한국을 40%로 예상한 신문 보도를 봤다"고 하자 나카타는 "45%나 40%나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일었다.

-일본은 비교적 쉬운 팀을, 한국은 강팀을 만났다는 평가가 있는데.

"98 프랑스월드컵 때 일본이 아르헨티나.자메이카.크로아티아와 한 조가 되자 '1승 이상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3패였다. 한국도 지금까지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월드컵에서는 조 편성을 보고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또 의미도 없다."

-트루시에 감독이 부임한 후 일본 팀이 달라진 점은.

"그는 언제나 선수들의 단결을 강조한다. 경기장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유대감이 커진 것 같다."

-지난 월드컵과 올해 월드컵을 비교한다면.

"94년 미국 대회를 보며 '다음 대회 때는 꼭 내가 본선에 나가야지'라고 결심했다. 막상 98년 첫 월드컵 무대에 서자 긴장해서 생각없는 플레이를 했다. 이번에는 홈이니까 편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언론과 관계가 불편한 것 같은데.

"일본 언론은 과장.편파 보도를 일삼아서 싫다. 나는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과 대화하고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하루에 1천통 이상 e-메일이 오는데 매일 서너시간 정도를 할애해 읽고 답장을 해 준다."

그는 은퇴한 뒤 대학에 들어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고 다섯 개 정도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2001년 크리스마스 저녁, 축구 천재 나카타의 진면목을 보았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과 목표를 향해 자신을 던지는 열정이었다.

도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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