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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 한정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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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월드컵 한정판은 그만큼 강한 유혹이다. 일단 ‘손님, 이게 마지막 제품이에요’라는 소리만 들으면 초조해지는 쇼퍼홀릭들이 지나치기 힘들다. ‘한정판’ 소리에 무작정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올 2월 김연아 선수의 겨울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맞춰 나온 트랙재킷·에어컨·티셔츠 한정판은 불티나게 팔렸다. 김연아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모은 앨범 1만 장도 발매 2주 만에 품절됐다. 단지 ‘김연아’라는 이유다. 그들뿐일까. 월드컵 한정판은 쇼핑엔 별 관심이 없는 남자들까지 끌어들인다. 초등학생부터 축구라 하면 할 말 많은 대한민국 남자들 말이다. ‘나 같은 축구광이 뭐 하나쯤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들의 야릇한 의무감을 노린다.

월드컵 한정판으로 나온 크록스 샌들

더구나 올 월드컵 한정판, 예뻐졌다. 빨강 티셔츠에 태극 문양, 호랑이 엠블럼만 생각하면 안 된다. 이번엔 출전 국가들의 국기를 세련되게 활용했다. 못난이 고무 샌들(크록스), 선글라스 다리(리바이스 아이웨어), 남자속옷(캘빈클라인 언더웨어)엔 스페인·잉글랜드·이탈리아 등 축구 강국들의 국기가 박혔다. 덕분에 노랑·파랑·흰색 등 색깔이 화려해졌다. 거의 모든 제품군이 컬러풀해진 올 트렌드와 잘 맞는다. 또 아프리카를 모티프로 삼은 제품도 많다. 코끼리가 그려진 루이까또즈의 ‘점보 엘리펀트 백’, 푸마가 아프리카계 아티스트 케힌데 와일리와 손잡고 만든 가방·신발·바람막이재킷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한정판 앞에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일단 수량을 따져볼 것. 제품에 따라서는 1만 개를 넘어가는 한정판 아닌 한정판도 있다. 제값 주고 샀지만 땡처리가 될지도 모를 수준이다. 또 패션 피플이라면 월드컵 한정판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에야 가장 핫한 아이템이지만 그 이후엔 자칫 민망해질 수 있다. 실제 중고 사이트에는 ‘2006 월드컵 한정판’을 팔려는 포스트 글이 종종 올라온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건 아니라도 4년마다 열리는 게 월드컵이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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