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김환영의 시시각각

북 수뇌부·주민 나눠 대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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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반드시 헤어지고, 반드시 다시 만남을 일컫는 회자정리(會者定離)와 거자필반(去者必返)은 사람뿐만 아니라 현상에도 적용된다. 민족국가, 연애결혼에도 분리의 조짐이 있다. 세계화 속 다문화주의는 민족국가의 기틀을 뒤흔들고 있다.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은 같은 국가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민족주의의 시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한 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지 못할 때 분쟁이 빚어진다. 세계에는 여러 나라에 걸쳐 살고 있는 18개의 분단민족이 있다. 같은 국가였으나 나뉘게 된 분단국가도 15개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신화’다.

관점에 따라서는 인도와 파키스탄도 분단국가다. 두 나라에는 미미하지만 통일 운동이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분단국가라고 볼 수 있다. 독일 민족이 주축이 된 신성로마제국이 사라진 1806년, 독일 민족은 300개 정체(政體)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작은 독일’ 통일론과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큰 독일’ 통일론 중에서 대세가 된 것은 결국 오스트리아가 제외된 1871년의 독일 통일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통일’을 했다. 양국은 지극히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다. 같은 독일어를 사용한다는 게 양국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 20만 명 이상의 독일인이 오스트리아에 살고, 비슷한 수의 오스트리아인이 독일에서 살고 있다. 특히 음악·영화·출판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생기면 채용공고를 독일·오스트리아 양쪽에 내는 경우가 많다. 양국은 2002년 이래 각종 자격증과 학위를 상호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독일·오스트리아 같은 ‘통일’이 아니다. 그런 통일을 바라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독일·오스트리아 관계처럼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남북으로 무한정 나뉘어 있을 수 없다. 다문화 시대건, 지구촌 시대건, 지역 공동체 시대건 일단 통일을 이뤄야 민족의 행보를 넓힐 수 있다. 남북통일은 하루빨리 이룩해야 할 과제다.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유럽 역사를 보면 같은 나라를 이루려는 여러 민족들의 열망을 방해한 것은 군주요 왕조였다. 3대째 세습을 시도하며 왕조화되고 있는 북한의 수뇌부도 평화적 남북 관계와 통일을 저해하고 있다. 그래서 남북통일의 지름길은 북한 ‘수뇌부’와 북한의 ‘민족’을 분리시키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 당국’을 겨냥해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 우리 정부는 ‘북한 수뇌부’를 직접 겨냥하거나 수뇌부와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의 담화는 어쩌면 대한민국이 주는 마지막 경고다. 결국 북한 수뇌부와 주민을 분리시키는 정책을 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할 것”이라면서 “개성공단 문제는 그 특수성을 감안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현명했다.

김환영 중앙SUNDAY 지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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