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불만에 증시는 불안하시죠 … 회사채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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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12일부터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쌍용양회 회사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년 만기에 BBB 등급인 이 회사채의 세후 수익률은 연 5.85%. 세전 은행 정기예금 이율로 따지면 연 6.91%다. 판매 6일 만에 350억원어치 중 300억원어치가 팔렸다. 동양종금증권 측은 “요즘 은행에서는 보기 힘든 높은 이율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회사채가 인기다. 남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주식 시장은 불안하다. 연 3%대인 정기예금 금리는 불만이고, 부동산 경기마저 꺼졌다. 이렇다 보니 회사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이에 증권사들은 세후 수익률이 연 6%를 넘나드는 회사채 상품을 내놓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4일 1년3개월 만기에 세후 수익률 연 6.37%인 코오롱건설(신용등급 BBB0) 채권을 출시했다. 동부증권은 내년 9월 12일이 만기인 세후 수익률 연 7.36%짜리 이랜드월드(BBB0) 회사채를 판매 중이다. <표 참조>


◆투자 방법=회사채는 증권사에서 판매한다. 회사채를 사려면 일단 계좌를 터야 한다. 주식거래 계좌가 있으면 별도로 신규 개설할 필요는 없다. 주식과는 달리 수수료도 없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회사채 수익률이란 게 이미 자신들이 가져갈 마진을 떼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살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이 신용등급이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회사채 금리가 높지만, 회사에 문제가 생겨 돈을 떼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물론 증권사들이 망하지 않을 업체를 가려 회사채를 판매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증권사에서 개인에게 파는 회사채는 BBB 등급 이상이다. 동양종금증권 최훈근 차장은 “신용등급이 떨어질수록 장기 투자는 금물”이라며 “자금을 2년 이상 특정 회사채에 묻어두려면 A등급 이상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은 BB+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자 지급 방식도 살펴야 한다. 정기적으로 이자를 주는 것(이표채), 만기에 한꺼번에 주는 것(복리채)이 있다. 퇴직금 등을 투자하고 이자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려면 이표채가 유리하고, 목돈 마련엔 복리채가 낫다. 유진투자증권이 24일 발매한 코오롱건설 채권은 3개월마다 이자를 주는 이표채다.

◆‘수익률’ 표기에 조심=회사채 상품 설명서에는 갖가지 이율이 표시돼 있다. ‘표면 금리’ ‘유통수익률(또는 매매·매수·세전 수익률)’ ‘세후 수익률’ 등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수익률이 있어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실제 투자자의 수익에 관계없이 회사가 채권을 발행할 때 주겠다고 약속한 이자(표면 금리)에 따라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때론 “내가 왜 이렇게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투자자도 많다.

혼란을 피하는 제일 쉬운 길은 세후 수익률을 따지는 것이다. 만기 때 실제 손에 쥐게 되는 돈을 계산하는 지표다. 그러나 세후 수익률은 세전 기준인 은행 예금 이율과 곧바로 비교하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증권사에 “은행 예금으로 환산했을 때의 금리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어느 증권사나 고객이 편리하게 투자 수익을 비교할 수 있도록 ‘은행 예금 환산 금리’를 계산해 놓고, 고객이 요구하면 알려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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