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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골퍼, 66세 아들에 “넌 카트 타고 오거라”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구력이 얼마나 되세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간혹 상대방에게 이렇게 묻기도 한다. 골프 좀 쳤다는 사람은 보통 구력이 10년, 간혹 20년이 넘는다는 이도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의 구력은 무려 45년이란다. 1911년생으로 올해 꼭 100세가 된 이종진 옹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옹은 지난 20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 이날 모임은 이 옹의 100세를 축하하기 위해 둘째 아들인 이연수(66)씨와 그의 친구인 경기고 59회 동창들이 마련했다. 100세의 나이에도 이 옹의 실력은 녹록지 않았다. 비록 드라이브샷 거리는 130야드 정도에 머물렀지만 어프로치와 퍼팅은 예술이었다. 동반했던 캐디는 “100세가 된 어르신을 본 것도 처음인데 100세 노인이 골프도 이렇게 잘 치신다니 나이를 믿을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닌 게 아니라 10~20m 정도의 롱퍼트는 마치 공에 눈이라도 달린 양 척척 홀에 달라붙었다.

이 옹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은 54세이던 1966년. 그 이후 45년째 골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창 때 핸디캡 8의 싱글 핸디캡 골퍼였던 그는 이날 100타가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비록 에이지 슈트(18홀에서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성적이 뭐 그렇게 중요할까. 100세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도 대단한데 그 나이에 골프까지 즐긴다니 이거야말로 모든 골퍼들이 부러워할 일 아닌가 말이다. 이 옹 앞에서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는 뜻의) ‘9988234’를 외쳤다간 불경죄를 범하는 셈이다.

이 옹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한 가지. 하루는 66세 된 아들이 라운드 도중 무릎이 아팠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버지 이 옹은 카트 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간청을 했단다.

“아버지, 죄송하지만 무릎이 아파서 저는 카트 좀 타겠습니다.” “그래, 정 그렇다면 너는 카트 타고 오너라. 나는 걸어 갈란다.”

이 옹이 100세까지 골프를 즐기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술·담배 안 하고, 맵고 짠 음식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 옹은 요즘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 6시가 되면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매일 아침 아파트 주변에서 달랑 골프 클럽 한 개만을 들고 천천히 8㎞를 걷는다. 과연 이렇게만 하면 다른 사람들도 백 살까지 골프를 즐길 수 있을까. 이 옹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단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당할 수 없다. 인생도, 골프도 마찬가지다.”

올해 100세가 된 구력 45년의 베테랑 골퍼가 들려주는 교훈이다.

J-GOLF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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