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자동차 등 11개 분야 2010년까지 교역 자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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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체질을 강화하고, 밖과 폭넓게 협력한다'.

29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흐름이다. 내부 단합을 강화하고 폭넓은 외부 교류로 특정 강국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아세안의 영향력을 키워가자는 취지다.

◆ 경제 발전 우선=정상회의는 29일 앞으로 6년 동안 추진할 안보.경제.사회문화 등 3개 분야의 구체적인 통합방안을 담은'비엔티안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2020년까지 유럽연합(EU) 같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아세안의 중간 목표를 담았다. 특히 2010년까지 자동차.정보기술.항공.농업 등 11개 산업 분야를 우선 교역 자유화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태국 남부에서 일어난 무슬림 시위대 유혈 진압 사건, 미얀마의 민주화 약속 불이행 등 회원국들의 국내 정치 문제는 공식의제에서 제외했다. 회원국 간의 불화를 불러올 정치문제는 덮어둔 것이다.

◆ 역내 경제 격차 해소=10개 회원국 가운데 경제가 발전한 싱가포르 등 6개국이 미얀마.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 최빈국을 돕는 '아세안 개발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반면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는 앞서 28일 정상회담을 하고 자구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3개국은 2010년까지 경제 발전이 늦은 지역의 인프라 정비, 인재 육성, 관광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한다. 미얀마 등 최빈국 4개국은 제조업의 상호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마약 범죄에 공동 대처키로 했다.

◆ 폭넓은 교류=dpa통신은 29일 "올해 아세안 회의는 아세안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제 협력 강화가 초점"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아세안 외에 한국.일본.중국뿐 아니라 호주.뉴질랜드.인도까지 모두 6개 국가의 정상이 참석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28일 "확대된 아시아 블록이 아세안뿐 아니라 한국.중국.일본의 미래도 보장할 것"이라며 "미국.유럽.남미 등과 협상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블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 아세안에 가장 적극적인 가운데 인도가 뒤따르고 있다. AP통신은 30일 "아세안이 이번 회담에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인도와 FTA 체결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세안 내부에선 아세안이 너무 중국과 밀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에 처음 참석한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 "중국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세안이 역내 다른 국가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이유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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