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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앞날은… 미국, 사면 거부입장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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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신병처리 문제가 향후 탈레반 투항 협상 실행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탈레반의 대외창구 역할을 해온 압둘 살람 자이프는 6일 "오마르가 칸다하르의 파슈툰족 군벌인 물라 나키불라의 보호 아래 칸다하르에서 품위있게 살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투항협상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오마르의 사면을 용인하는 어떤 협상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오마르 처리 결과에 따라 탈레반 정권이 실질적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시점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짚어본다.

◇ 시나리오 1(오마르 단죄)=탈레반은 투항조건으로 오마르와 탈레반 병사들의 안전보장을 내세웠지만 오마르를 단죄하겠다는 미국의 의사가 워낙 강해 이 조건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6일 오마르에 대한 단죄의사를 거듭 천명하면서 탈레반 잔당들을 제거하기 위해 칸다하르에 대한 폭격을 당분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이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서 오마르의 사면을 결정할 경우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하겠다"며 카르자이를 압박했다.

카르자이가 미국의 압력을 못견뎌 오마르의 사면을 허용하지 않으면 투항협상이 무효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신변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오마르와 탈레반 병사들의 결사항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레반의 북부 거점이었던 쿤두즈 인근 칼라이 장히 수용소 폭동사태처럼 탈레반 병사들이 위장투항한 후 폭동을 일으켜 칸다하르 재장악을 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시나리오 2(오마르 신변 보장)=카르자이 수반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마르의 사면을 용인한다면 미국은 카르자이의 과도정부에 대한 지원을 즉시 중단하는 동시에 오마르에 대한 본격적인 추격전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오마르 처리를 둘러싼 반 탈레반 세력간의 내분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칸다하르에 진격했던 반탈레반 파슈툰족 지도자 굴 아그하 시르자이는 "오마르를 나키불라에 인도하는 것은 사실상 오마르의 칸다하르 통치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시나리오 3(무조건 항복)=오마르가 나키불라가 아닌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에 항복해온다면 재판에 회부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미국 법정에 서게 될지, 아니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국의 법정에 서게 될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은 오마르를 체포해 반드시 미국 군사법정에 세우겠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제3국 법정에 세울 수도 있다는 쪽으로 다소 입장이 유연해졌다.

안혜리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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