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1월의 수상작 -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언제나 강조되는 사항이지만 시조는 정형시이고 우리시대의 노래다. 따라서 철저히 음보를 지켜야 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제재를 다루어야 하고, 말부림이 오늘의 어법에 맞아야 한다. 특히 초심자의 경우 훈련과정에서 언어를 깎고 다듬는 인고의 노력이 없으면 정형시를 짓는 고통과 매력을 터득할 수 없다.

이 달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시조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되어있지 않은 작품, 무턱대고 옛스럽게 쓰려다 현대성을 잃은 작품, 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조성제씨의 '물너울 치다'는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우선 시조라는 정형시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가락을 살리면서 보여주는 언어의 그림들이 놀랍다. 개성적인 소재나 주제가 아닌 것을 이렇게 읽히게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홍경희씨의 '개발지대' 또한 오랜 수련 경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함께 보내온 '손톱'을 뽑으려 했으나 종장의 관념성 때문에 이 작품으로 바꾸었다. 현대성이 돋보이는 이런 작품의 경우 그 의도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을 펼쳐가기가 어렵다. 이 작품은 그런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

이남순씨의 '산딸기'는 즉물적인 대상을 노래하는 많은 투고자의 작품을 대표해서 뽑은 시조다. 한 뜸, 한 뜸 수틀에 수를 놓듯 언어를 다루고 있다. 시조를 정격으로 이해하고 펼쳐놓는 정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서정시조의 영역을 개발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심사위원:이우걸.박기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