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한강변 두물워크숍에서 열린 '모던 스테이지 세팅' 전시회에 다녀왔다. 발상을 전환할 좋은 기회였다.
두물워크숍은 서울에서 팔당을 지나 양수리에서 대성리 방향으로 가는 북한강에 접해 있다. 작지만 꽤 알찬 복합문화공간으로 타이틀이 특이하다. 박완수 대표는 "워크숍은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뭔가 만들어 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두물은 양수리의 옛 지명 두물머리에서 따왔다.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기업가에서 변신한 박씨는 1996년 사재를 털어 이 공간을 마련했다.
그 동안 두물워크숍은 설립 목적에 맞는 대안적이며 실험적인 작업들을 꾸준히 선보였다. 음악.무용.문학.미술.연극 등 장르에 구속되지 않는 크로스오버 프로그램이 다수를 이룬다.
이번 '모던 스테이지 세팅'도 장르 넘기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의욕적인 자리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영감이 빚어낸 오페라 무대 디자인 전시다. 오페라 등 공연예술 무대 디자인은 그 집단에 속한 전문가만의 영역만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냈다. 편견과 관습의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한 창의성을 이 전시는 웅변했다.
김헌은 '노르마'의 신화적인 공간을 올림픽공원 내 몽촌토성으로 옮겼고, 전인호는 '니벨룽겐의 반지' 난쟁이 미메의 동굴을 중첩된 목제 프레임으로 표현했다. 여성건축가 김주령의 '토스카'와 해외 참가작 두 편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3차원 입체 영상의 추상적 이미지로 상상력을 북돋웠다.
공연예술은 무대 공간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의 한 축이 이야기라면 다른 한 축은 이미지다. 무대 디자인은 이 이미지 구축의 핵이다.
여태껏 공연계에서 이 작업은 주로 몇몇 전문가의 몫이었다. 매너리즘도 슬쩍 눈감아 줄 수밖에 없는데 '모던 스테이지 세팅'은 이 상투성에 일침을 가했다. 반응이 좋아 12월 4~11일 서울로 옮겨 출판사 열린책들 사옥에서 전시한다.
정재왈 공연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