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찬호 몸값 하향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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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격세지감(隔世之感).

박찬호(28.LA 다저스)가 1996년 풀타임 메이저리그가 됐을 때 그의 꿈은 존 스몰츠(34.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같은 투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해 스몰츠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그후 5년 뒤 박찬호가 스몰츠보다 뛰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연히 박찬호는 스몰츠보다 더 많은 몸값을 받는 선수가 됐다. 스몰츠가 현재 박찬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라곤 그의 몸값이 '기준액'과 '비교틀'을 제시한다는 정도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스몰츠가 3일(한국시간) 소속 구단인 브레이브스와 3년 동안 3천만달러(평균 연봉 1천만달러)에 계약했다.

"뉴욕 양키스로부터 4년간 5천2백만달러(평균연봉 1천3백만달러)로 영입 제의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스몰츠로선 예상 외로 싼 값이다. 지난 14년간 브레이브스에서만 몸담았던 그가 '돈보단 익숙한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그의 재계약이 박찬호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우선 브레이브스에 잔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몰츠는 양키스는 물론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메이저리그 5~6개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왔다.

따라서 이들 구단은 스몰츠 영입 실패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찬호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하며 박찬호로선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그러나 스몰츠가 연봉 1천만달러선에서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악재다. 이는 "스몰츠의 FA시장 적정 가격은 1천3백만달러선"이라는 예상보다 대폭 내려간 것이며 결과적으로 FA시장이 굳어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평균연봉 1천5백만달러 이상을 받아내려는 박찬호로선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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