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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도장·배냇머리붓…엽기 아기용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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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아기 배꼽 끝의 탯줄을 도금한 장식품(上)과 투명 크리스털 손잡이 안에 탯줄을 넣어 밖에서 보이도록 만든 ‘탯줄 도장’.

손잡이 부분에 꼬불꼬불한 탯줄의 살덩어리가 훤히 드러나보이는 도장, 100일 된 아기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붓(태모필), 배꼽 끝의 탯줄을 금으로 도금한 장식품.

신생아의 신체 일부를 이용한 용품이 최근 젊은 어머니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아이의 탯줄이나 머리카락 등을 제조 회사에 보내 완성되면 되돌려받아 기념품으로 간직하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육아 관련 개인홈페이지(블로그.카페)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어린 아이의 신체 일부가 얄팍한 상술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신생아의 탯줄 등을 다른 사람이 매매하면 법적 처벌을 받지만, 부모가 보관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탯줄도장과 태모필을 제조.판매하는 A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장과 붓을 합쳐 한달에 10~20개가 판매됐으나 올해는 200~300개가 판매되면서 월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에는 한달 판매 목표를 500개로 높여 잡고 있다. 이들 제품의 개당 가격은 10만~25만원이다.

탯줄 도장은 투명 크리스털 손잡이 안에 탯줄을 넣어 보이도록 만든 도장이다. 조선 왕실이 왕자.공주의 탯줄을 따로 보관했던 전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태모필은 생후 100일 전후 아기의 배냇머리로 만든 붓이다. 배냇머리를 깎아야 머리카락이 잘 자란다는 속설을 활용한 것이다. 옛 사대부 집안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배냇머리를 잘라 학문에 정진하라는 뜻에서 붓으로 만들어 선물했다고 한다.

도금 배꼽 장식품은 신발이나 헝겊 등을 청동으로 도금하는 '브론징 기술'을 배꼽에 응용한 것이다. U사가 지난 7월 판매에 들어갔다.

회사원 서모(29)씨는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상혼(商魂)"이라며 "일부 부유층이 과시욕에서 소비를 부추겨 유행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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