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개고기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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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돔부리(덮밥)'메뉴 중에 '오야코(親子) 돔부리'가 있다. 밥 위에 닭고기.달걀.버섯 따위를 덮어놓은 대중적인 요리인데, 어미(닭)와 새끼(달걀)가 한데 있다고 해서 '오야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왠지 섬뜩한 느낌도 든다.

유대교 신자라면 이 음식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유대교에서는 구약성서의 레위기.신명기가 정해놓은 대로 되새김질하고 발굽이 갈라진 뭍짐승이나 비늘.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만 먹는다. 요리법도 까다로워서 도살할 때는 단칼에 목을 따야 한다. 몇번 헛칼질이라도 하게 되면 이미 부정탄 것으로 여겨 먹지 않는다.

유대교에도 정통파와 세속파가 있으므로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독실한 신자들은 고기와 그 동물의 유제품을 절대로 같은 냄비에서 요리하지 않는다. 한 냉장고에 쇠고기와 우유를 함께 보관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둘을 부모자식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올 봄 미국에서는 인도계 변호사가 '감자튀김에 쇠고기 성분을 사용했다'며 맥도널드사를 고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백% 식물성기름 사용'이라던 제품에 힌두교도가 가장 꺼리는 쇠고기가 들어갔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맥도널드사는 '극소량이 첨가됐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꺼리는 관습은 유명하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이슬람교도인 테러리스트가 자폭테러를 할 경우 시신을 돼지와 함께 묻어주자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됐다. 테러리스트들이 돼지 때문에 천국에 못갈까봐 두려워 범행을 망설이지 않겠느냐는 발상이었다.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프랑스와 스위스에는 말고기 문화가 있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개구리.달팽이와 잔혹한 사육방법으로 유명한 푸아그라(거위간 요리)까지 즐기는 탓에 영국인들로부터 '프로그(Frog.개구리)''조니 크라포(크라포는 프랑스어로 두꺼비)'로 불리며 경멸당한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따지고 보면 유럽도 그리스.로마 시대엔 약용이나 제사음식으로 개고기를 썼다. 일본도 근대 이전에는 개고기 습관이 있었다. 미국.프랑스의 TV가 보신탕을 놀림감으로 삼더니 며칠 전엔 프랑스 여배우가 국내 방송에 나와 '야만'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보신탕을 싫어하는 이들의 자존심까지 상하게 만드는 '오만과 편견'이다.

노재현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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