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키우고 단점 보완하는 방학 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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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여름방학 캠프 선택에 고민이 많아진다. 특히 올해는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돼 비교과활동 결과물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후속활동이 필요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무엇을 배웠다’ 보다 ‘깨달았다’, ‘무엇을 했다’ 보다 ‘어떻게 했다’ 식으로 배움의 과정에서 깨달은 교훈들을 잘 기록해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학캠프를 이용해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해 공부 열정을 다잡은 학생들을 만났다. 더불어 올 여름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할 국내외 캠프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영어캠프 다녀온 후 가치관 정립 배워

올해 자율형사립고로 바뀐 서울 세화고에 입학한 정재혁(17)군은 요즘 학업과 학교생활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정군은 한 때 사춘기 몸살을 겪으면서 목표의식이 흐려지고 공부에 대한 의지가 사그라졌었다. ‘앞으로 고입과 대입이라는 산고를 치러야 하는데…’ 아버지 정현섭(52)씨는 집과 학교를 반복하는 아들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아줄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겨울방학에 정철유학을 찾아 상담을 받은 뒤 어학캠프를 선택했다. 정씨는 “생활 속에서 영어를 느끼고, 외국 문물 체험이 곁들여져 영어를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골랐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떠난 지식체험을 얻고 짧은 방학기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선택 기준이었다. 아들의 현지 수업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온라인 게시판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이었다.

정군은 4주 동안 외국학생들과 함께 미국 사립기숙학교 정규 수업과정에 참여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교과들을 배우며 영어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방과 후엔 숙제로 자료 조사를 하고 다음 수업 때 발표하면서 살아있는 영어를 경험했다.

주말엔 미국의 역사가 녹아있는 현장들을 견학하는 체험학습에 나섰다. 정군은 “월 스트리트를 방문해 세계경제와 금융의 변화에 대해 배우고 나서 예전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대학에서 회계학·경제학을 전공하고 회계사가 되고 싶어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군은 캠프 뒤 가장 많이 바뀐 점으로 친구와의 대화 태도와 규율 준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지금까지 규칙은 부모와 교사가 강제하는 억압이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미국 캠프 체험 뒤 큰 틀안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는 캠프 이후 친구와 대화할 때 잘 듣고 서로 다른 생각을 논의·조율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예전엔 변호사·의사 등 막연하게 남들과 같은 꿈을 꿨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관심사를 찾아 진로를 설계하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배우니 사교성도 늘어

김고은(경기 광명초 5)양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영어실력은 물론 자립심과 리더십도 커졌다고 종종 칭찬을 받는다”고 자랑했다. 김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어 수업이 힘들고 학교생활이 어렵다”는 불평을 입에 달고 살았다. 늘 시험경쟁을 강조하는 주변 상황에 젖어있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몰랐다.

좋아해서 시작한 원어민 영어학원도 학업과 숙제에 대한 부담감에 눌려 점차 흥미를 잃어갔다. 아버지 김도운(40)씨는 “딸에게 흥미를 일깨워줄 방법을 고민하다 친구들과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영어캠프를 찾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초등2학년 때부터 방학 때마다 YBM시사 캠프에 참가해 벌써 4차례나 캠프 경험이 있다. 김씨는 “뮤지컬·놀이·게임 등으로 영어와 친해져 가는 딸의 반응 단계를 지켜보며 난이도를 조금씩 상향 조정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캠프를 다녀올 때마다 김양은 달라진 학습태도를 보여줬다. 영어를 싫어하는 공부가 아닌 즐거운 놀이로 생각하게 되면서 학교 수업과 영어학원에 애착을 갖게 됐다.

김양은 “캠프에선 원어민 선생님이 내 얘기에 자주 귀 기울여 주고,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들려줘 영어 공부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양은 “특히 친구들과 협동해 배우는 영어 활동들이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처음엔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걸 무서워하더니, 캠프를 다녀올수록 자립심과 사교성이 늘어나 이젠 아주 활달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정재혁군이 “지난해 겨울 미국 영어체험캠프에서 월스트리트를 견학한 뒤 회계사가 되기로 목표를 잡았다”며 올해 입학한 서울 세화고 교실에서 학업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박정식·김지혁·최석호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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