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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도시 카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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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대 인도의 종교 경전인 리그베다는 카불을 '낙원의 도시'로 묘사했다. 인도.이란과 접한 교통.문화의 요충지 카불은 일찍이 조로아스터와 불교가 번성했다.

16세기에는 인도 무굴 왕조의 창시자 바부르가 왕궁과 모스크(이슬람 사원) 등을 세우며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카불은 파슈툰족 등 13개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종족이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턴'의 도시였다. 카불은 1776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가 됐다.

그러나 카불의 운명은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송두리째 바뀐다. 19세기 러시아가 남하하는 데 위협을 느낀 영국은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손에 넣으려 했고, 결국 1839~1921년 세 차례의 전쟁을 벌인다.

1978년에는 소련을 등에 업은 공산주의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카불은 정파.종족간 분열의 무대가 되며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비운의 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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