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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요지 서양 미술계가 주목하기 시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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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호 02면

1 지난해 열린 홍콩 아트페어 전경

2008년 제1회 홍콩 아트페어에 참석한 필자는 빡빡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 무렵 빌딩 숲 속 센트럴(Central) 지역의 란콰이퐁(Lan Kwai Fong)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동양인과 서양인들 모습에 놀랐다.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밤늦게까지 맥주와 담화를 즐기는 모습은 홍콩이 국제도시임을 실감케 했다.

홍콩 국제아트페어 26일 개막, 디렉터 매그너스 렌프루를 파리에서 만나다

매그너스 렌프루는 누구?스코틀랜드 태생으로 고고학자인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면서 어려서부터 예술과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에든버러의 세인트 앤드루 대학에서 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의 인턴십을 시작으로 미술계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런던 본함스(Bonhams) 경매에서 아시아 현대 미술 부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했으며, 2007년 상하이 주재 콘트라스트 갤러리(Contrasts gallery) 전시 디렉터를 맡게 되며 아시아로 거취를 옮겼다. 2008년부터 홍콩 국제아트페어 디렉터를 맡고 있다. 2008년 12월 미국의 아트앤옥션(Art+Auction) 잡지가 선정한 ‘향후 세계 미술계를 이끌어갈 파워 인물’ 중 하나로 소개됐다.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홍콩 국제아트페어의 분위기는 어느 토요일 저녁 란콰이퐁의 들뜨는 분위기에서 감지할 수 있다. 아니, 란콰이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미술시장에서 홍콩의 역할이 어떻게 확장되어 갈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동양과 서양의 갤러리를 한자리에 모아 이 두 세계의 근현대 미술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던 아트 홍콩은 어느새 서양 갤러리들이 동양 미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관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6일 홍콩 아트페어 개막을 앞두고 페어 디렉터인 매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를 파리에서 미리 만났다. 필자는 4년 전 본함스 런던 아시아 현대 미술 경매를 준비하던 주니어 스페셜리스트 시절의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왜 홍콩이었나.
“홍콩은 한마디로 동양 속의 서양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다 보니 일찌감치 진출한 서양 금융기관들과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서양 주재원들이 동양 어느 나라보다 많이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가 통용되지 않나? 그러니 서양인들이 매우 편안하게 느낀다. 미술시장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국제 메이저 경매회사들이 진출하면서 시장 인프라가 구축돼 있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아트 페어를 열면 행사 초기 겪게 되는 어려움을 많이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홍콩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뒤에 두고 있으면서도 중국과는 행정이나 세제 면에서 독립적이다. 특히 중국은 미술품 수입에 대해 34% 수입세를 매기는 반면, 홍콩은 택스가 제로다. 게다가 아시아는 한창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며 그 원동력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 미술품을 소비할 수 있는 부유층 숫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을 끌어들이기에 홍콩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2 리슨 갤러리의 지난해 부스 3 전시장 풍경4 장환 주강촹(Zhang Huan Zhu Gangqiang)의 ‘ No0 2009 a4 2’ 5 무 보양Mu Boyan)의 설치물 ‘누드, No2’

-아트 홍콩을 찾는 컬렉터들은 주로 동양인들인가.
“그렇다. 두 번의 개최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대만 컬렉터들의 참여가 가장 활발하며, 일본 바이어들의 움직임도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바이어들이 찾고 있다. 서양 컬렉터들도 장거리 여행을 불사하고 있다. 호주 컬렉터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홍콩이 호주를 서양과 동양으로 연결해주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홍콩은 한마디로 국제적 수준의 갤러리와 컬렉터들을 집결시킬 수 있는 도시다.”

-서양의 다른 아트 페어들과 다른 점은.
“서양 곳곳에 명성 있는 아트 페어들이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다 비슷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가 겹치는 경우도 많고, 작품 스타일도 비슷해지면서 무언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서양 사고방식 위주의 아트 페어를 모두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홍콩 아트페어를 기획하면서 무엇보다 다양한 색깔을 담으려고 했다. 그래서 첫해에는 지정학적인 다양성을 반영하면서 두 번째 해에는 아시아 지역 갤러리들의 참여를 늘렸다. 작품 가격대 또한 매우 다양하다. 1000달러에서 1000만 달러까지 모든 가격대의 작품이 아트 홍콩에 모인다.아트 홍콩의 근본적인 기획 의도는 아시아 미술시장이 서양으로 확장되도록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의도는 반대로 아시아 미술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서양 갤러리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독특하고 수준 높은 한국 현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해오는 한국 갤러리들의 역할도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는 세계 미술시장의 위기 상황 속에서 진행됐는데, 결과에 만족했나.
“미술시장 위기로 인해 서양 갤러리들에게 아시아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됐다. 다시 말해 뉴욕이나 런던이 고심하면서 아시아와의 연계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나 가고시안(Gagosian),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와 같은 세계 메이저급 갤러리들이 두 번째 해부터 가세했다. 그들은 유럽 대륙을 떠나 홍콩과 중국 본토를 비롯한 아시아의 컬렉터층을 만나고자 했다. 페어 기획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세 번째 아트 페어를 위해서 갤러리 숫자와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중요 갤러리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사실 아트 홍콩이 기존 동양의 다른 도시에서 있었던 여타 국제 아트 페어에 비해 더 주목받는 것은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갤러리들이 참여한다는 점일 것이다. 1회와 2회 때에 관망만 하던 뉴욕의 레만 모팡(Lehman Maupin) 갤러리의 세일즈 매니저 코트니 플러머(Courtney Plummer)는 “우리는 서양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동양 컬렉터 및 큐레이터들과의 교류를 확장하기 위해 아시아 미술시장의 요지가 되고 있는 홍콩의 아트 페어에 참가하기로 했다”며 이번 페어 참가 이유를 밝혔다.

올해에는 어떤 갤러리들이 참가했나?
“레만 모팡을 비롯해 런던의 하우저&워스(Hauser & Wirth), 제임스 코한 갤러리(James Cohan Gallery), 마리안 보에스키 갤러리(Marianne Boesky Gallery), 파리의 에마뉘엘 패로탱 갤러리(Galerie Emmanuel Perrotin), 일본의 슈고 아트(ShugoArts), 베이징의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롱마치 스페이스(Long March Space) 등이다.”

-작품 판매 외에 고려하는 문화적인 성과는?
“미술계 네트워크 구축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 점에서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미술계는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되고 있다. 따라서 각국 갤러리와 컬렉터들, 큐레이터들이 모이는 아트 페어에서 시장이 성장할 뿐 아니라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아시아퍼시픽 소장위원회가 다녀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홍콩은 특히 동양과 서양이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해 나갈 수 있는 곳이고 향후 10년간 매우 드라마틱한 발전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사실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생각하나.
“현대 미술시장의 경우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지만 지난 2년간 시장의 침체로 인해 미술시장이 다소 정화되었다. 미술품의 가치보다 경매에서의 낙찰 가격 등에 집착하던 컬렉터들이 이제는 그들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한 작가의 전시나 비평 등에 더욱더 주목하게 되었고, 경매 결과가 그 작품의 진정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경매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싶지 않다. 사실 중국이나 인도의 이머징 작가들을 서양에 알리고 활발하게 프로모션한 경매의 역할도 매우 크다.”


최선희씨는 런던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서 서양 미술사 디플로마를 받았다. 파리에 살면서 아트 컨설턴트로 일한다.『런던 미술 수업』을 썼다.

ART HK(홍콩 국제아트페어·Hong Kong International Art Fair)는?

2008년 시작된 국제 근현대 미술품 아트 페어. 1회 때 101개, 2회 때 110개의 인터내셔널 갤러리가 참여했고, 3회를 맞는 올해에는 29개국에서 150개 갤러리가 참여할 예정이다. 26일 VIP 오프닝을 시작으로 27일부터 30일까지 홍콩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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