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죽음의 나무'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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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케르베라 오돌람 나무

자살과 살인에 자주 쓰이는 나무가 있다. '케르베라 오돌람'(Cerbera Odollam)이다. 남 인도의 해안 습지나 베트남.캄보디아.스리랑카.미얀마 등의 강둑에서 자생한다. 작은 망고같이 생긴 열매는 케르베린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자살자들은 열매 속의 흰색 낱알을 빻은 뒤 쓴맛을 없애기 위해 설탕과 섞어서 먹는다고 한다. "살인자들은 주로 매운 고추가 포함된 음식에 낱알 가루를 섞어서 사용한다"고 프랑스와 인도의 과학자들이 밝혔다. 이를 섭취하면 3~6시간 만에 심장이 멈춰 사망한다.

문제는 이 열매를 사용한 살인사건이 대개 급성 심장마비에 의한 일반 사망으로 결론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케르베라의 실체는 의사나 화학자.검시관.법의학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서방의 학술지에 간혹 보고되는 정도다.

이 나무는 미묘하고 재스민 향기가 나는 흰 꽃을 피우며 잎은 검푸른 색을 띤다. 키가 15m까지 자라고 수액은 우유색깔이다. 열매가 푸른 색일 때는 작은 망고처럼 보여 어린이들이 잘못 알고 먹는 경우도 있다.

인도 서남부 케랄라주에서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537명이 케르베라 오돌람의 열매에 중독돼 사망했다고 AFP 통신이 24일 전했다. 거의 1주일에 한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사망자가 많은 해는 103명, 적은 해는 11명이었다. 단 자살자의 75%가 여성이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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