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지방 상권] 하. 도매시장이 살아 남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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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환위기 직후 국내 대기업 샐러리맨에서 남대문시장 상인으로 변신한 조성래(40)사장은 볼펜 끝에 깃털이 달린 '깃털 볼펜' 하나로 대박을 터뜨렸다. 대만.중국.캐나다 등에서 바이어들이 몰려와 1년여간 수백만개를 팔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카피제품이 나오고, 대형 문구회사가 비슷한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이 대박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도매시장에서도 창의성 있는 상품은 세계에도 통하므로 사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상품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근 조 사장은 동대문에 액세서리 점포를 차렸고, 중국 소형 잡화산지로 유명한 장쑤(江蘇)성 이우(義烏)에도 별도의 사무실을 냈다.

그는 "이우에는 세계에서 액세서리를 구매하려는 바이어 사무실이 2500개나 있다. 우리가 디자인한 액세서리를 이우에서 팔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최근 '패션 뉴 제너레이션(FNG)'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서울시.중소기업청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며 중국.홍콩 등의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동 브랜드를 내놓기로 했고 백화점.할인점에도 점포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의 적지 않은 상인이 점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시장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들이나 유통 전문가들은 동대문시장은 수출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인 바이어 오다기리 노리코(小田切紀子)는 "대량생산하는 단품들은 중국에서 들여오지만 패션성이 강한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들은 한국 시장에서 사는데 최근 1~2년 사이 동대문시장의 디자인 역동성이 떨어져 고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오다기리는 ▶다품종 소량▶특이한 디자인▶섬세한 끝마무리▶빠른 납기 같은 기존의 경쟁력을 다시 살리고 좀더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면 한국의 디자인과 제품 생산 능력이면 일본.미국까지 시장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고 훈수했다.

신용남 백제예술대 교수는 "값싼 중국산만 들여와 동대문시장의 생산기능이 약화되면 미국 LA의 자바 시장처럼 싸구려 패션상품의 대명사로 전락하게 된다"며 "북한의 개성공단을 적극 활용해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하면서 체질개선의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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