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덤핑시비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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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이 미국과의 반도체 D램 분쟁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조선 분쟁에서도 이겼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패널(법정)은 25일 잠정 보고서에서 한국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정부 보조금 지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EU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업계가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핑계로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덤핑 수주를 일삼고 있다고 WTO에 제소했다.

이번 판정으로 한국 조선업계는 저가 덤핑 시비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WTO 판정에서 졌을 경우 구조조정을 겪은 많은 기업과 산업이 WTO 제소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WTO 패널은 이에 앞서 정부 출자 금융회사가 개입한 하이닉스반도체의 구조조정이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WTO 패널은 조선업계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선수금 지급 보증, 선박제작금융 등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WTO 패널은 다음달 22일 최종 보고서를 당사국에 배포할 예정이다. EU는 이 보고서가 공식 채택되기 전에 이번 판정에 불복해 상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의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자국 조선업계에 보조금 6%를 주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일방적인 조치라며 WTO에 제소해놓은 상태다. WTO 패널은 한국의 제소에 대해 다음달 23일 잠정 판정할 예정이다.

한편 조선업계는 WTO의 결정을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만약 보조금이라는 판정이 났다면 금융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잠정안대로 결론이 난다면 별다른 부담 없이 수주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9년 이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조선업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수주물량(t기준)의 43.3%를 차지했으며 2위인 일본의 수주물량은 전체의 31.9%였다. 올해 수주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귀식.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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