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한국 <4> 미국 만화가 콤판의 이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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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미국 청년 온리 콤판은 이 동상 앞에 서는 꿈을 꾸기도 했단다. [중앙포토]

이순신 장군에게 빠진 미국인 청년이 있다. 얼마나 푹 빠졌는지 이순신 장군의 생애를 담은 12권짜리 만화책을 만들 정도다. 온리 콤판(26).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만화책을 만드는 이유를 그는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진정한 영웅(Real Hero)이기 때문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콤판은 이 책을 위해 우리나라를 14일간 여행했고, 이순신 장군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콤판에겐 이순신 장군이 이유다.

진정한 영웅, 내가 첫 기획한 만화 주인공

2005년 나는 위성방송으로 한국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게 됐다. 그리고 이내 드라마의 웅장한 서사구조에 매료됐다. 친구들과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먼 동양에 있었던 옛 장수의 일대기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어 보였다. 고민 끝에 나는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만화책으로 옮기기로 했다.

기획 단계에서 이순신 장군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다. 자료를 구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 2년 동안 나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푹 빠지고 말았다. 서울의 상징물인 이순신 동상 앞에 서 있거나 거북선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을 위기에서 구한 영웅에 대한 정보는 갈수록 더 절실했다. 결국 나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2008년 경북 안동 류성룡 선생 후손의 집에서.

200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14일 동안 한국의 곳곳을 방문했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유적지를 거치다 보니 서울·진해·아산·진주·부산·안동 등도 돌아다니게 되었다. 마을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남 여수의 어느 산 꼭대기에 서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거기에서 나는 400여 년 전 여기에서의 삶이 어떠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들이 훈련을 받았던 곳에 있을 때도 나는 동일한 의문을 가졌다.

서울은 내 인생을 통틀어 방문했던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은 시카고보다 훨씬 깨끗한 이미지였지만, 노점과 먹을거리, 그리고 멋진 건축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 서울 복판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실제로 서 있었던 경험은 한국 여행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보람이었다. 동상을 처음 목격하고 마치 희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아마 그때의 감정은 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의 해군기지를 방문해 커다란 거북선 모형을 봤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거북선 모형 안으로 들어가 봤을 때는 이순신 장군의 명령 아래 전쟁터로 진군하는 군사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만났던 사람도 인상 깊었다. 나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영의정 류성룡의 후손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그의 집으로 초대했고, 커피를 대접했다. 그는 내 고향 시카고에 가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시카고에 대해서 매우 많이 알고 있었다.

이순신 축제? 천리, 만리 마다 않고 또 왔소

한국인은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 나와 같은 이방인에게 한국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나는 자신의 전통에 대한 그들의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완전히 달라진 나를 느낀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나라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었다.

지금은 성웅 이순신 축제를 방문하는 즐거운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책을 양손에 잔뜩 들고서 나는 한국을 다시 찾을 것이다.

정리=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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