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돌아보며 욕심 버립시다" 뉴욕대 수석 졸업···연사 나선 에릭 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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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대 졸업식 연사로 나선 에릭 민씨.

한인 학생이 뉴욕대학교 수석으로 졸업(인문대) 졸업식에서 연사로 나섰다.

주인공은 에릭 민(22.사진)씨. 민씨는 11일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열린 뉴욕대 인문대학 졸업식에서 "겸손하자. 모든 것이 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망만 커질 뿐"이라고 연설했다. 민씨는 약 15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겸손함을 재차 강조했다.

"내가 모든 것을 가져야 된다는 욕심을 버립시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세요. 그래야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뉴욕대는 각 단과대학별로 졸업식을 열고 12일에는 모든 졸업생이 참석하는 전체 졸업식을 양키스타디움에서 진행했다.

이날 민씨의 졸업 연설은 인문대학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4년 내내 학점 4점 만점을 기록한 그는 지난 4월 "상을 하나 줄 것이 있으니 이력서와 에세이를 제출하라"는 간단한 이메일을 한 통 받았고 며칠 뒤 "인문대 졸업식 연사로 뽑혔다"는 깜짝 소식을 들었다.

민씨는 4주 동안 7페이지 정도 연설문을 준비해 졸업식 연단에 올랐다.

졸업 연설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졸업 연설을 맡은 바 있고 대학에서는 디베이트 클럽에서 활동해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은 사실 문제도 아니라고. 다만 라디오시티뮤직홀 무대에 서는 것이 흥분됐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섰던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좀 떨렸습니다."

캔자스주에서 온 민씨의 어머니는 졸업 연설을 하는 아들을 보고 자랑스러워 눈물을 흘렸다. 아시안 부모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아시안 아들'이 됐다. 인도 부모들도 민씨를 찾아 대견하다며 등을 두드려줬다고.

민씨는 1년간 쉬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 대학에서 공부한 해외 관계학을 테러리즘 분쟁 이슈에 집중해 공부할 생각이다. 그 후 정부와 비영리단체 근무를 거쳐 해외 관계학 교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부전공으로 스패니시도 섭렵했다.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캔자스주에서 자란 민씨는 대학생활 동안 대도시 뉴욕을 경험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다. 그 경험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밑거름이 됐다.

불경기에 어려운 취업 현실에 부딪히고 있는 동료 대졸자들에게 그가 전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아직 젊잖아요.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오늘의 어려움은 그래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조진화 기자 jinhwa@koreadaily.com

[미주중앙 : 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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