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군 인사 시스템 과감히 개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사상 초유의 육군본부 압수수색을 지켜보는 청와대의 분위기는 단호해 보인다. 군의 고질병이었던 인사 관련 잡음이 인사 시스템의 개혁을 선언한 현 정부 들어서도 근절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영길 전 장관 때에도 인사 관련 루머가 꼬리를 물었고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수뢰로 조사를 받자 오히려 "특정 지역 출신 제거의 음모"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후임도 신 전 사령관과 같은 지역 출신 중에서 가장 유능한 장군을 보내라"는 특명까지 내렸었다.

청와대 측은 이번 사태를 군 인사 기강을 확립하는 전기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이번 조사의 거센 폭풍이 청와대 발로 시작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에선 한 장군 진급 예정자의 음주운전 전력 제보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육군의 인사, 구체적으론 남재준 총장의 인사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인식이 우세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마당에 엄정한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군의 인사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남재준 총장의 개혁 마인드에 대한 청와대의 평가가 높지 않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군 사법기관의 독립과 지휘관의 형량 감량권 폐지 등 군의 사법 개혁 방향에 대해 남 총장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다는 데서 나온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군 개혁에 대한 남 총장의 입장에 다양한 얘기가 들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조사는 인사의 타당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 "조사 미흡 땐 국정조사"=여당도 군을 압박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제2정조위원장은 "군 인사비리 문제는 수십년간 성역이었다"며 "국방부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하며, 조사가 미흡할 경우 군 인사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투서사건으로 오랫동안 군 주변에서 소문처럼 떠돌던 '진급비리 칠거지악(七去之惡)'이 모습을 드러냈다"며 ▶뇌물▶식모살이(장교 부인들이 상급자의 가사를 돕는 일)▶인맥동원▶진급심사 때 도덕성.업무능력 무시▶내사람 감싸기▶위인설관(爲人設官) 등을 예로 들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