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습니다] 11월 24일자 21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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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자 21면의 한옥 기사에 나온 당호(堂號)는 '진원당(進遠堂)'이 아니라 '추원당(追遠堂.사진)'이므로 바로잡습니다. 옛사람들은 집 이름을 지을 때도 고전에 근거를 두었습니다. '추원'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증자(曾子)가 한 말에 나옵니다. "증자왈(曾子曰) 신종추원(愼終追遠)이면 민덕귀후의(民德歸厚矣)라"라는 구절입니다.

'終'은 삶의 마감, 즉 죽음을 뜻합니다. '신종'은 '죽음을 신중하게 한다', 즉 상례(喪禮)를 의미합니다. '추원'의 '遠'은 내게서 먼 조상, 죽은 지 오래된 그리움(追)의 대상입니다. 하여 '추원'은 제례(祭禮)를 뜻하게 됩니다. '민덕귀후의'는 '민심이 후덕하게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논어의 주석자들은 대개 '부모의 장례를 정성스럽게 치르고, 조상의 제사도 잘 모시면 백성들의 덕도 두터워진다'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도올 김용옥 교수는 '민'을 백성이라기보다는 보편적 인간으로 보고 '나의 죽음이 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손의 추모로 무한한 연결 고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추원당'은 제실(祭室)에 거는 현판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여염집 대문에 걸기에는 격에 맞지 않습니다.

글씨를 흘려 써 알아보기 어려웠더라도 집주인의 풀이만 듣고 확인을 소홀히 한 것은 기자의 책임입니다. 부족함을 지적해주신 학고재(學古齎)의 우찬규 대표 등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한옥에 사는 필립 티로 씨는 "지인들이 '진연당'이라고 읽으며 '끊임없이 배우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해줬다. 그 의미가 마음에 들어 대문에 걸어뒀는데 이게 살림집에 맞지 않다면 바꿔야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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