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또 금융지주회사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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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 에버랜드가 또 금융지주회사가 될 상황에 처했다. 회계 기준이 바뀌어 지주회사에서 벗어난 지 석 달 만의 일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분기 결산 결과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생명과 올앳(선불카드사) 주식의 평가액이 1조5469억원으로 에버랜드 총 자산(3조999억원)의 49.9%에 달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한 회사가 갖고 있는 자회사 주식의 총액이 그 회사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분류한다. 특히 삼성생명 같은 금융 자회사 주식의 총액이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가 되면서 지주회사(에버랜드)는 갖고 있는 비금융사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사 주식을 갖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삼성중공업 등 비금융사 주식 200여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에버랜드가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삼성생명(에버랜드가 19.34% 주식 보유)의 순익 증가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연말 결산을 기준으로 지주회사를 분류하고 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에버랜드는 지난해에도 삼성생명 평가액 증가로 금융지주회사가 되었고, 당시 공정위는 비금융사 주식을 처분토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보험사 회계기준 변경으로 삼성생명 주식 평가액이 낮아지면서 지난 8월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에서 제외됐었다.

대한생명을 자회사로 둔 ㈜한화도 자회사 지분이 자산의 49.2%로 높아져 금융지주회사가 될 처지에 놓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지주회사가 된 경우까지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현실을 무시한 법 규정을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자회사 지분 평가액이 높아져 지주회사가 됐을 때는 2년간 유예기간을 줄 수 있도록 법을 고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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