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의원 "야 특검 압박은 정신적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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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사진)의원은 지난주 초 얼굴을 여러 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걸음걸이가 불편한 金의원이 식당 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바닥에 세게 찧었다고 한다.

며칠 뒤인 8일엔 아버지인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재직을 물러났다.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은 "특검제가 도입되면 각종 '게이트'를 모두 털고 가겠다"(李在五총무)고 벼르고 있다.

내우외환 속에 金의원은 지난 9일 지역구(목포)에 내려갔다. 지구당원 연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金의원측은 "이번 목포 당원연수대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인적 청산'의 표적이었던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전 고문, 청와대 박지원 전 정책기획수석과 달리 金의원은 '선출직'이라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金의원은 "저를 걱정해준 국민이나 당원동지들을 생각하면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파 밤잠을 설치며 번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19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육체적 테러를 당했는데 최근에는 또다른 정신적 테러를 당하고 있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결단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 난관은 잘 극복하면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한나라당에 의해 '이용호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았던 金의원이다. 야당이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계기로 그를 공격목표에서 배제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여권 내에서도 金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물밑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선 金의원이 치료차 도미(渡美)하거나 의원직을 사퇴하는 방안까지 나온다.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잠시 잠복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일부 쇄신파 의원들도 내부적으로 金의원의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물론 金의원측은 "말도 안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교동계 박양수(朴洋洙)의원은 "대통령의 아들로서 극도로 몸가짐을 조심해온 金의원에게 외유 등을 권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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