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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대전 미, 아프간 공격] 아프간 제2도시 마자르 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 제2의 도시인 마자르 이 샤리프는 내전 기간에 북부동맹과 탈레반이 서로 많은 피를 뿌려가며 지배권을 다툰 곳이다. 아프가니스탄 지도를 펼쳐보면 중요성을 한 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전략적 가치가 큰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1998년 마자르 이 샤리프를 점령하자 파키스탄 등 3개국이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정부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잘 설명해준다.

마자르 이 샤리프는 우즈베키스탄의 국경도시 테르메즈와는 불과 60㎞ 거리를 두고 간선도로와 철도로 연결돼 있다. 탈레반이 이 도로를 포기하고 퇴각함에 따라 미국은 지상군 이동로와 보급로를 확보하게 됐다. 테르메즈에는 산악사단 등 미군 지상군 1천여명이 출동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폭설로 산악지역을 통과하는 우회도로가 모두 얼어붙는 겨울에도 이 도로를 사용할 수 있어 미국은 큰 고민을 던 셈이다. 이 도로는 79년 12월 옛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에도 공격 루트로 사용됐다.

또한 마자르 이 샤리프는 카불을 비롯한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리 모양의 간선도로가 지나가는 곳이어서 카불 진공 작전의 전진기지로는 최적의 장소다. 남동쪽의 카불과는 3백20㎞ 떨어져 있다. 북부동맹은 이번 전과로 파힘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북동부 파이자바드 지역에서 판지시르 계곡을 따라 남하 중인 것과 함께 두갈래의 카불 진격 루트를 확보하게 됐다. 또 헤라트를 비롯한 북서부에 주둔한 탈레반 군대를 고립시키는 효과도 있다.

미국이 마자르 이 샤리프에 눈독을 들여온 또 하나의 이유는 시 외곽에 있는 공항 때문이다. 이 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공군기 발진에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아라비아해의 항공모함에서 원거리 군사작전을 펼쳐왔기 때문에 공습이나 특수부대 수송의 기동성에 한계가 있었다.

탈레반은 북부동맹의 파상공세에 밀려 마자르 이 샤리프를 포기하고 군대를 카불 지역으로 남하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선은 카불 쪽으로 이동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북부동맹의 전과가 계속 유지될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카불 지역의 다수 민족인 파슈툰족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데다 최대 지원세력인 미국이 카불 진공을 제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스툼 장군의 지휘 아래 마자르 이 샤리프에 진공한 우즈벡족 계열과 타지키스탄 접경지대에서 남하하고 있는 타지크족 계열부대간의 내부갈등도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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