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40년 만에 최저…증시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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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들어 열번째로 연방기금 금리를 내린 6일(현지 시간) 미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반응은 무덤덤했다.7일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본격적인 자금 유입의 계기가 될 것'이란 낙관론과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과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향후 장세 전망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에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세계 증시에 돈이 많이 풀려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최근 한달새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데다,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풍부한 유동성이 경기 회복과 연결되지 않을 경우 또다시 반짝 랠리(상승)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유동성 팽창 기대=교보증권은 9.11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달러화 덕분에 미국과 신흥시장(이머징마켓)주가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상승세는 돈의 힘이 밀어올린 유동성 장세라는 얘기다.

실제 올들어 8월 말까지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내에 달러화는 그다지 많이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9월 이후 미국이 테러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복구비용과 항공사 지원.경기부양 자금을 신속히 방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내 달러화 공급이 늘어난 데다 당초 우려되던 외국인의 자금 유출도 나타나지 않자 주가가 가파르게 뛰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일본 경기가 최악이고 유로화도 약세인 상황에서 미국내 외국인 투자자금도 테러 전보다 오히려 약간 늘어났다"며 "주가 상승이 재고 조정과 경기 회복을 촉진해 다시 주가를 밀어올리는 선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 550선 안팎에서 조정 예상=경기 회복과 연결되지 않는 유동성 장세는 오래 가기 힘들다. 연초 이후 세차례의 국내 증시 반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회복을 아직 확신하기는 어려운 만큼 증시가 나라 안팎의 경제지표를 주시하며 숨고르기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하가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은 투자자들이 낙관론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당장 기초 여건(펀더멘털)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여서 다음주까지 주가는 550선을 바닥으로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 김도현 수석연구원은 "최근 큰 폭의 외국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내에 경기 회복의 청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경계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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