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같은 대학 다니니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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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같은 대학에 다니니 좋긴 하지만 시험 기간에는 두배로 힘이 들어요."

큰 아들 심천섭(23.국제통상학부 2학년)씨와 함께 경희대에 다니고 있는 어머니 김영선(53.사학과 4학년)씨는 "내 공부도 하고 옆에서 공부하는 아들도 챙겨줘야 하는데다 집에 컴퓨터가 한대밖에 없어 쟁탈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라며 "좀 있으면 기말고사인데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말과는 달리 밝게 웃었다.

김씨는 2002년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영어.논술.면접고사 등 젊은 학생들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경희대 사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편입을 준비할 당시 천섭이와 한국외국어대에서 불어를 공부하는 둘째 아들 진섭(20)이와 함께 영어 단어 외우기 시합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굳어진 머리'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따라갈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매일 새벽까지 공부한 덕분인지 지난 학기엔 4.3점 만점에 4.1점의 성적을 거둬 학교에서 주는 성적우수 장학금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자식 뻘 되는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 학교에서는 '인기짱 왕언니'로 통한다"며 "같은 학과 '젊은 친구'들의 연애.인생 상담은 또 다른 내 전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또 "교정을 거닐다 보면 아들 친구들이 다가와 '어머니'라 부르는 일이 많다"며 "그럴 때면 옆에서 '언니'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는 같은 학과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웃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를 졸업한 다음에 남편(심상준.51.하노이외국어대 교수)이 있는 베트남으로 가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수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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