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못난 선생에 돌을 던지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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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능시험 부정행위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의 자성이 잇따르고 있다.

'고교교사'라는 아이디의 한 교사는 22일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www.moe.go.kr)에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했던 일이 결국 대명천지에 드러났다"며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 가르치지 못했던 이 형편없는 선생놈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 교사는 "저는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썼으며,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절거림으로 아이들을 몰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교육부와 전교조.교총 등 교원단체의 책임도 지적했다. "이권을 위해, 특권 사수를 위해, 철밥통을 위해, 휴가 하루 더 얻기 위해, 월급 올려 받고 성과급 나눠 먹기 위해 그렇게도 똘똘 뭉쳐 붉은 띠 휘두르던 그들이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이 교사는 이어 "분노하고, 질책하고, 앞으로 정말 잘 가르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디가 '박수봉'인 다른 교사도 23일 교육부 홈페이지에 "제 탓으로 돌리고 싶습니다"며 "부정행위 가담 학생을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라고 참회의 글을 올렸다. "문제풀이를 통해 수능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데만 치중했지 정작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직과 질서 등 학교가 당연히 가르쳐야 할 인성교육을 등한시했음을 솔직히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의 지갑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 정직한 마음과 또 어두운 새벽 아무도 없는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나의 길을 가도록 허락할 때까지 인내하면서 규칙을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학생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교단에서 물러나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지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지난 17일 실시된 수능시험에 감독관으로 참여했던 광주의 한 고교 교사도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보고도 눈 감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시험 전에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은 수험생이 쉬는 시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못 본 척했다"면서 "감독관 입장에서 수험생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다 보니 심증만 갖고 학생을 적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이 높지만 현재 제도하에서는 수험생을 배려할 수밖에 없는데 감독관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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