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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형 모델 만든 광주비엔날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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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지난 11월 13일까지 열린 제5회'광주 비엔날레'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의 미술 전시 및 부대행사가 초창기 때보다 작품의 수준과 기획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사실 10년 전 당시 작품들이 시대 상황과 맞물려 어둡고 무거웠던데 반해 이번엔 밝고 생명력 넘치는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사무국에 의하면 두 달여 동안 적지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유료관객 40만명을 포함, 총 5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본 행사장을 관람했다고 한다. 이 통계치는 2002년 관람객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괄목할 만한 수치다. 행사장은 많은 관람객으로 생동감이 넘쳤다. 평범한 시민으로 이러한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첫째, 광주 비엔날레는 의미 있는 주제들로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왔다는 점이다.'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이라는 주제에서 먼지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인 소외.전쟁.가난.환경오염 등을 상징한 것이고, 물은 생명.평등.평화를 뜻한다. 작품들은 모두 생명과 평화를 소중히 하고, 억압으로부터 당당히 맞서는 역사발전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쇳가루로 만든 거대한 정자는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소포로 포장돼 비상구로 달려가는 군인들은 이라크 파병 병사들을 표현했다. 인간의 뼛가루로 만든 분필은 인류의 역사 기록을, 소금이 엉겨 붙어 가는 웨딩드레스는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여성의 삶을 표현했다.

둘째, 광주 비엔날레는 평범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되고, 시민들을 예술의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참여자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모든 작품의 제작 과정부터 미술인이 아닌 일반인을 관객으로 참여시켜 그들의 생각과 평화적 바람을 작품에 담았다. 초등생이 참여관객이 된 인간과 동물의 눈동자를 똑같은 것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동물과 어린아이가 노는 것을 관찰한 작가가 아이의 눈과 동물들의 눈이 모두 순수한 생명체라는 것을 느끼고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셋째, 시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시민 중심의 홍보를 했다는 점이다. 새로 태어난 광주 지하철역사에서도 비엔날레 미술 작품을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 찾아가 관객을 끌어온 것이다. 지하철 손잡이가 악수하는 인간의 투명한 손이고, 빠른 지하철에는 달팽이를 그려넣었다.

일반인이 어렵게 느끼는 미술 축제를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기획과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으로 역사 발전의 강렬한 메시지를 은은하게 전달한 것이다. 이러한 기획은 다른 지역행사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무언가를 나타내는 어려운 작품들이 모여 격조 높은 문화적 향기를 풍겼던 광주 비엔날레의 성공을 지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다.

유용상 광주전남개혁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