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국민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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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큰애야, 나중에

이 집은 네게 줄게.

내가 아범 대학공부도

제대로 못 시켰잖아.

둘째야, 똑똑한 네가

우리 집안에 시집와줬으니

네 격에 맞춰

나중에 이 집을 물려주마.

수완좋은 이웃 할머니,

시골집을 예쁜 테라스 달린

2층짜리 양옥으로 바꾸면서

며느리들에게 나중에

집을 물려줄테니

공사비를 내놓으라십니다.

어차피 네 것이 될테니

지금 사는 집을 잡혀서라도

공사비를 부담하라는 소리죠.

그런데 며느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당장 이자는 뭘로 부담하지?

여기서 빼내고

저기서 얻어낸 공사비가

나중에 모자라면?

지어놓은 집이

공사비도 못 건질 정도로

값이 떨어지면?

집수리비 몇 천만원도

이렇게 손이 떨리는데,

하물며 미래를 위해 모아둔

몇 조원의 기금이야…

*정부가 내년 하반기 경기 부양책으로 시행할 '한국형 뉴딜 사업'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웃 일본에서 1980년대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식이라고 하니 주부 입장에선 걱정이 태산 같다.

위정숙<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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