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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겨울전쟁' 불사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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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의 속도와 강도를 한층 높이며 '겨울 전쟁'으로 성큼 다가가고 있다. 겨울 중에도 전쟁을 계속할 준비를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일 B-52 폭격기를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세력의 주요 근거지를 이틀째 융단폭격했으며 특수부대를 포함한 지상병력을 추가로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했다. 16일 시작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월)기간 중에는 공습을 중단하라는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국가 지도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1일(이하 현지시간) "우리에겐 (라마단 기간 중) 폭격을 중단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폭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과거 문명세계의 규범을 지켜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군사행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가능한 한 빨리,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배치한 미 지상군 병력(약 1백명)보다 3~4배 많은 병력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 주둔할 부대는 연락임무를 수행하며 통신을 지원하고 공습목표 확인을 도울 것"이라며 "이미 달려갈 준비를 마친 팀이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국가인 터키가 1일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BBC방송의 군사 전문가는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전쟁의 속도와 강도를 더해 겨울철에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이 B-52 전폭기를 동원한 융단폭격에 나선 것은 미군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은 이제까지 2천회 가량의 출격을 통해 개별 목표물에 대한 타격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탈레반을 지원하겠다는 파키스탄 주민 1천여명이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는 등 탈레반측도 겨울전쟁에 준비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1일 밤 첫 겨울비가 내렸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이날 카불 주변과 중부지방의 고산지대에는 눈이 뒤덮이고 도로가 얼어붙어 곳곳에서 길이 막혔다.

유엔 구호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일부 오지 주민들이 구호식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지금부터 겨울이 끝나고 눈이 녹을 때까지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심각한 식량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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