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서 원하는 것 많이 얻어…북한엔 90점 중국엔 80점 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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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엔 90점, 중국엔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중국공산당 당교(黨校) 장롄구이(張璉瑰·67·사진)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3~7일) 성과에 대해 이렇게 채점했다.

장 교수는 “김 위원장이 밝힌 6자회담 재개 관련 발언의 진정성은 지금 판단하기는 일러 다음 행동을 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두 번씩 핵실험을 강행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중국이 수락한 데 대해선 “중국은 북한의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한반도 안정을 원하지만 방중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에 관해 “중국은 아직까지 사건의 진상을 모른다”며 “유엔 제재 등 한국 의 후속 대응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지할지 여부는 한국 정부가 발표할 천안함 사건 관련 증거의 품질(퀄리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대에서 유학한 장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중에서 북한의 속내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아왔다.

- 과거 방중과 이번 김 위원장 방문 간의 차이는.

“중국의 환대는 변함이 없었지만 논의 내용은 달라졌다. 경제협력과 북핵 6자회담 문제가 핵심 관심사였다.”

- 2006년 1월 방중 이후 두 차례 핵실험을 한 김 위원장의 방문을 수용했는데.

“유엔의 1874호 제재 위반은 아니다.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기본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

- 김 위원장은 방중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나.

“중국의 경제 지원을 받고, 핵실험 제재로 인한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었다. 원하던 것을 많이 얻었다고 본다. ”

- 중국의 성과는.

“북한의 정치·경제 안정을 유도해 한반도의 안정을 유도한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재확인 받은 것도 중요하다.”

- 김 위원장이 중국의 투자를 요구했는데.

“햇볕정책 기간 중 한국으로부터 약 70억 달러를 챙긴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선 돈줄이 말랐다. 이제 중국을 돈줄로 보는 것 같다.”

- 천안함 사건 원인 규명 전에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에 나설까.

“한·미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중국 혼자 6자회담 재개에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다. 중국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 천안함 문제에서 한·중 간에 이견이 있나.

“중국이 (북한에) 편향돼 있다는 한국의 일부 시각은 감정이 앞선 것이다.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은 균형을 유지할 뿐이다.”

- 중국은 이번에 후계자 김정은을 지지 또는 묵인했나.

“주체사상을 강조해온 북한이 후계자 문제에 대해 중국의 의견을 물었다고 보기 어렵다.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켜온 중국이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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