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한의사에 면허 정지는 가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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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윤모(100) 원장은 지난해 9월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5년 2월부터 3년 동안 진료비 940여만원을 허위로 청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집에서 부인과 딸에게 수십 차례 침을 놔주고 870여만원을 청구한 것도 함께 적발됐다. 윤 원장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윤 원장에게 6개월 23일간의 한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윤 원장은 바로 다음 날 “처분이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화)는 “복지부가 윤 원장에게 내린 자격 정지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환자에게 하지도 않은 부항 시술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약 940만원의 진료비를 받아갔다는 복지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 명단이 11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라 나이가 많은 윤 원장이 거짓으로 진료 기록을 작성했다는 보건복지부의 면허 정지 처분 사유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집에서 가족에게 침을 놔준 윤 원장의 의료법 위반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윤 원장이 지금까지 의료법을 위반한 적이 없고 100살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면허 정지 처분으로 이루려는 공익과 윤 원장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할 때 그 제재의 범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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