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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년봄 대규모 지상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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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내년 봄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전쟁을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구체적인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31일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과 특수부대를 이용한 공격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전면적인 지상전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겨울 동안 간헐적인 공습을 계속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측에 타격을 주면서 탈레반에 대항하는 북부동맹측의 전투력을 강화한 후 내년 봄 전면적인 지상전을 벌이는 작전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당초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이 마련한 전면 침공계획을 거부하고 특수부대를 동원한 제한된 작전만 허가했다. 하지만 정보수집의 어려움으로 작전이 난관에 봉착하자 생각을 바꿔 프랭크스 장군에게 전면 침공작전을 수립하도록 허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프랭크스 장군은 지난달 29일 파키스탄을 방문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회담했는데 신문은 이번 방문이 전면전 수행에 사용할 현지 기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에 적당한 수의 미 지상군이 주둔하고 있다"면서 "이 병력은 반군세력인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공습을 유도하는 연락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부지역에도 침투와 철수를 반복하는 다른 지상군 병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개전 이래 미 최고위 당국자가 지상군 파병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상군의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걸프전 당시 투입했던 규모의 지상군이 아닌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상군을 대규모로 증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전쟁이 현재 교착상태에 빠졌음을 시인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나는 지금까지 경험한 거의 모든 위기 때마다 이런 경험을 했다"면서 "(전쟁은)시간이 소요될 것인 만큼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말해 장기작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USA 투데이 등 미 언론은 이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지상전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작전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오는 16일부터 30일간 계속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월)기간 중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움직임이 이슬람 국가들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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