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복용하면 노화 늦추지만 채소·과일 소홀해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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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화 비타민이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이른바 ‘코펜하겐 쇼크’를 일으킨 연구 논문 (JAMA(미국의학협회지) 2007년 2월 게재)엔 허점이 많습니다.”

지원자에게 항산화 비타민과 항산화 미네랄을 제공한 26건의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메타 분석) 비타민 A는 16%, 베타카로틴은 7%, 비타민 E는 4%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이 ‘코펜하겐 쇼크’의 핵심 내용이다. 이 연구가 주로 이뤄진 덴마크의 도시 이름을 붙여 ‘코펜하겐 쇼크’라 한다. “실제 사망률이 높아졌다면 너무 고용량을 복용한 것이 이유입니다. 베타카로틴의 경우 하루 적정량인 5㎎의 6배인 30㎎이나 복용하도록 했으니 나쁜 경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

지난달 29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한내분비학회 학술대회에 참석차 방한한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 대학 영양학자 제프리 블룸버그(65·사진) 교수는 항산화 비타민 전도사다.

“‘코펜하겐 쇼크’를 유발한 논문에서도 비타민 C와 셀레늄은 사망률을 각각 12%·15% 낮춘 것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이 사실은 대부분 잘 기억하지 못해요.”

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블룸버그 교수를 만났다.

-유해산소 이론은 노화·성인병과 관련된 다양한 가설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선 어느 정도 이 가설을 신뢰하나.

“유해산소 이론은 이미 50년 전에 나온 것이며, 그동안 연구도 가장 많이 돼 있다. 유해산소가 노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항산화와 항염증·항암은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나.

“동의어는 아니다. 그러나 상호 연관성은 있다. 염증이 먼저냐, 유해산소 가 먼저냐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논쟁과 같다.”

-항산화 비타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비타민 E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뀐다. 엄밀히 말하면 비타민 A는 항산화 비타민이 아니다.”

-항산화 비타민이 건강에 유익한 이유는.

“유해산소는 노화는 물론 암 등 성인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고, 항산화 성분은 유해산소를 없앤다. 그러므로 항산화 성분은 노화를 억제하고 성인병 발생 위험을 낮춘다.”

-항산화 비타민의 일종인 비타민 E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에게 이롭다는데.

“지난해 74세 이상 알츠하이머성 치매 노인 857명을 14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 비타민 E와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면 후자만 복용한 노인보다 14년 뒤 기억기능 생존력이 30%가량 높았다.”

-항산화 비타민은 채소·과일 등 천연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낫지 않나.

“건강하게 식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보충제가 불필요할 수 있다. 보충제를 식생활의 대체재로 간주해선 안 된다. 보충제 복용만 믿고 채소·과일 섭취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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