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봐, 1조야… 옥션 연간 거래액, 롯데 본점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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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본점은 1979년 문을 연 이후 줄곧 백화점의 단일 점포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 예상 매출액은 1조1500억원이다. 이 롯데백화점 본점이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상대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옥션(www.auction.co.kr)이다. 옥션은 연간 거래금액(GMV.Gross Merchandises Volume)이 21일자로 1조원을 넘어섰다고 22일 발표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가운데 연간 거래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옥션이 처음이다. 2000년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11개월 만에 올린 성과다. 롯데백화점 명동점은 20년이 걸려 1조원의 매출 벽을 뚫었다. 또 LG 홈쇼핑이 서비스 6년 만에 1조원의 매출을 낸 것과 비교하면 옥션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올 들어 유통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옥션의 거래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1분기에 2480억원을 올린 데 이어 2분기(2775억원)와 3분기(2862억원)에도 선전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 한해 옥션의 거래금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물론 기존 백화점의 회계 기준과는 달리 옥션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는 거래 중개에 따른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는다. 이 기준으로 하면 옥션의 올 한해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쯤 된다. 그러나 옥션과 백화점은 각기 영업하는 방식만 다를 뿐 옥션의 거래금액을 회사의 매출로 잡아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임대 후 수수료를 받는) 임대매장이 주축인 백화점이나 거래를 중개한 뒤 수수료를 받는 전자상거래와 사업형태가 비슷해 백화점의 매출과 전자상거래의 거래액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옥션의 거래품목을 보면 가전제품이 전체 22.5%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의류(16.8%)▶컴퓨터(13.7%)▶스포츠 및 레저(8.5%)▶신발 및 잡화(7.9%) 등의 차례다. 또 올 들어 옥션의 남성 회원들은 약 6100억원어치를 구매해 여성회원들의 소비규모(3900억원)를 크게 앞섰다. 옥션의 이재현 사장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데 점차 익숙해지고 있고 불황기에 한푼이라도 값싸게 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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