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부정행위 대물림'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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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휴대전화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대물림돼 온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팀과 만난 과외 교사 A씨(40.광주시 북구 각화동)는 "2년 전 수능 때도 광주에서 조직적인 휴대전화 부정행위가 있었고, 부정행위 덕을 본 학생의 부모로부터 직접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터졌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2년 전 그 학부모한테 들은 부정행위 수법을 얘기해 줬는데, 경찰 수사 결과와 거의 일치하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당시도 답안 중계를 도운 2학년생 '도우미'들이 있었고, 이들은 이듬해 시험 때 공짜로 답안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휴대전화 부정행위는 이미 2002년 이전부터 행해졌고, C고교생들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과 달리 초기에는 어른들이 개입했고, 일부 학부모는 돈을 대는 등 직접 개입한 것으로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정행위자들이 대부분 중하위권 성적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22일 새벽 광주 동부경찰서 앞에서 본지 취재팀과 만난 한 30대 남자는 "고시원과 독서실을 운영하는데 후배 10여명이 조사받고 있어 와 봤다"며 "이런 애들은 서로 네트워크가 있고, 이번 애들과 겹치는지는 모르나 지난해 수능 때도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정행위에 가담해 경찰 조사를 받은 수험생들의 입에서도 대물림 관련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경찰에 출두했던 한 수험생은 "평소 알고 지내는 형이 수능 부정 계획에 깊숙이 개입한 것을 알고 나도 포함시켜 주도록 요구했고, 나중에 그 형의 전화를 받고 정답을 수신하는 조에 끼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주동자로 분류하고 있는 D군은 "중간 멀티숍(일명 도우미)을 담당할 후배 확보는 내가 관여하지 않았고 아마 선배들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번 부정행위에 고3 수험생들의 선배 즉 졸업생들까지 참여한 것으로 미뤄 과거에도 부정행위가 이뤄졌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보통 3~4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나 그 훨씬 이전부터라는 주장도 있다.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제보자'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수능 부정은 1~2년 된 일이 아니고, 대략 6년 정도 된 것 같다"고 썼다.

그러나 광주 동부경찰서는 대물림 부정행위에 대한 진술이 가담자 조사 과정에서 나오고 인터넷 등에 유포되고 있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어 이 부분까지 수사를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영월 수사과장은 "'예년 수능에도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설은 소급해 확인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이해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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