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휴대전화 부정 대책회의 세 차례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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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2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휴대전화 수능 부정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커닝 부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 유관 부처의 합동회의가 세 차례나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교육인적자원부는 수능시험일(11월 17일) 이전인 10월 20, 26, 29일 세 차례에 걸쳐 정보통신부.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수능부정 방지 대책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두 기관의 불참으로 불발에 그쳤다.

교육부는 회의에서 무선 통신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내사 등 사전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이번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합동 대책회의 무산=교육부는 지난달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관계부처인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하자고 했다.

첫 회의는 10월 20일로 예정됐지만 열리지 못했다. 수능시험 중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 방지 방안을 협의하고 사이버 수사대를 통해 부정행위를 사전 적발하자는 게 회의 내용으로 잡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대리시험 대상자 모집광고를 폐쇄하고 사전 적발해 조치하자는 내용을 경찰청 등에 요구하려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교육부는 첫 회의가 무산되자 같은 달 26일로 회의를 연기했고, 이날도 무산되자 3일 뒤인 29일로 회의를 연기해 다시 모이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세 차례 회의 모두 정보통신부가 불참 의사를 통지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기지국 폐쇄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했고, 회의 날짜가 자꾸 바뀌는 바람에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회의 자체가 연기 또는 무산됐기 때문에 담당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교육부, 어떤 주문을 하려고 했나=교육부는 세 차례 회의가 무산되자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에 공문을 보냈다. 마지막 회의 날인 10월 29일자였다. 정보통신부에 보낸 공문에서는 "무선 통신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정보를 사전 입수하는 경우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에는 "올 수능에서는 인터넷 게시판, e-메일을 통한 부정행위 사전 모의가 우려되므로 부정행위 관련 글이 탑재되는 경우 해당 사이트에 삭제와 주의를 촉구하고 관련 사실을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특히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내사 등을 통해 적발.조치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두 기관에서는 교육부에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로서는 휴대전화 부정행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사전 방지에 나섰지만 결과는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교육부가 좀더 설득력 있게 접근했거나, 정보통신부.경찰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전국을 뒤흔든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심각했던 교육부=교육부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 가능성을 인지한 것은 지난 4월 대학 편입학 부정 사건이 적발된 무렵이었다. 당시 부정 사건의 도구는 무전기였지만 휴대전화 등 무선 통신기기를 활용한 부정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수능 출제.관리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에 휴대전화 이용 부정행위 방지대책 수립을 지시하는 등 나름대로 대비에 나섰다.

특히 지난 8월 한 대학생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험 당일 휴대전화 기지국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보를 하면서 교육부는 바짝 긴장했다.

교육부는 9월 1일 정통부에 휴대전화 기지국 잠정 폐쇄 가능성을 질의했다. 그러나 같은 달 13일 정통부가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고, 전기통신사업법상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해 옴에 따라 실제 시행하는 것은 유보했다.

결국 교육부는 휴대전화 등 무선 통신기기를 휴대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능 부정행위 종합대책을 마련해 각 시.도교육청에 통보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교육청별로 휴대전화 소지 등 부정행위 방지 세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김남중.이승녕 기자 <njki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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