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불씨 살려라" 정부 분주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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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차 장관급 회담(당초 28일 개최예정)이 장소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남북관계가 자칫 긴 겨울잠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소강국면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임기를 1년여 남겨 놓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메가톤급 이벤트를 구상할 정부로서는 마음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소강상태가 굳어지기 전에 정부가 막후 채널을 본격 가동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맡고 있다.

통일부 장관에서 지난달 11일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뒤 그의 행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국가정보원에서 대북문제를 담당하는 김보현(金保鉉) 대북담당 차장과 서영교(徐永敎) 대북전략국장이 수시로 林특보에게 직보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 대북접촉으로 'DJ 평양방문'을 일궈낸 라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3월 林특보가 국정원장을 그만두면서 신건(辛建)원장과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林특보의 북측 상대는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통일전선 담당 비서 겸 아태평화위원장과 송호경(宋虎景)아태부위원장이다. 군부반발과 실각설에도 불구하고 金비서를 대체할 세력은 없다는 게 정부쪽 관측이다.

고유환(高有煥)동국대 교수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장관급 회담 의제에서 빠진 것으로 볼 때 이는 임동원-김용순 라인에서 다루기로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공개 라인과 병행해 홍순영(洪淳瑛)통일부 장관이 주도하는 장관급 채널도 재개를 모색 중이다.

'평양개최'라는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북측의 금강산 주장에 '묘향산'카드를 직접 짜내기도 한 洪장관은 요즘 남북기본합의서(1992년 발효)를 외다시피하며 김영성 북측단장과의 대좌를 준비 중이라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당국자는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면담해 돌파구를 만든다는 게 洪장관의 복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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