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런스 라우 미 스탠퍼드 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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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학계에서 중국.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에 가장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 로런스 라우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57)가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중앙일보 김정수 논설위원 겸 경제연구소 부소장이 25일 아침 라우 교수를 만나 중국 경제의 앞날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중국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이같은 성장이 어떻게 가능한가.

"중국은 그동안 한국이 해온 것처럼 매년 7~8%씩 놀라운 성장을 계속했다. (공산주의 체제의)비효율성을 줄임으로써 생산 과정에서 노동 투입량 대비 산출량을 높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자본을 더욱 축적할 수 있었고, 이제는 이렇게 축적된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본.노동의 투입에 의한 고도성장에 한계가 오지 않겠는가.

"중국의 노동력 공급은 거의 무제한적이다. 자본도 중국의 저축률이 35~40%라는 점에서 한국처럼 높은 편이다. 중국 경제의 한계는 공급량이 충분하냐, 부족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급팽창하는 중국 내부의 수요에 어떻게 맞출 수 있느냐에 있다."

-수요를 맞출 때까지는 경제가 계속 발전할 것이란 말인가.

"그럴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수출이 발전의 원동력이었지만 이제는 큰 요소가 아니다.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수출이 좀 줄었을 때도 중국은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을 통해 성장을 이끌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내수 위주의 성장을 할 것이다. 사실 내수가 수출보다 부가가치도 훨씬 높다. 중국의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20%를 차지한다지만 부가가치를 따져보면 실제 국민소득에서 수출의 비중은 6%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21세기 들어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도 잘하고 있지 않으냐. 아시아 위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는 됐을 것이다."

-중국의 발전 패턴과 유사한 성장과정을 이미 거친 일본과 한국 등은 현재 불안한 상태다. 중국이 뒤따라와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그렇게 느끼겠지만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위협 대상이 아니다. 당장 중국의 수출품을 보면 그렇게 중첩되는 것이 없다. 여기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을 수출 주도형이 아닌 내수 주도형으로 이끌 것이다. 한국을 위해 조언하자면 이제는 중국에 투자하더라도 질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국은 여전히 걱정스럽다. 수출상품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중국 경제권에 결국 흡수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경제 교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말하고 싶다. 수출.수입이 많거나 적다고 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보자. 그동안 미국 경제권 아래서 부속물과 같은 위치였지만 경제 교류를 통해 결국 이익을 보지 않았는가. 이런 면에서 한국이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된 것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시장다변화의 기회일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김정수 논설위원

정리=이효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 로런스 라우 교수는 중국 등 동아시아 경제에 깊은 식견을 가진 경제학자로 꼽힌다. 1966년 중국 경제개발 계량 모델을 개발해 이를 발전시켜 온 그는 주룽지 중국 총리의 경제 자문을 맡고 있다. 44년 중국에서 태어난 라우 교수는 61년 미국으로 건너가 69년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지금까지 스탠퍼드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라우 교수는 86년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95년 폴 크루그먼 MIT 교수가 아시아 위기를 예측하는 데 이론적 뒷받침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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