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양화 '명작' 들끼리 가을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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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한국 서양화가 중 가장 이름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형 기획전이 서울의 조선화랑과 노화랑에서 각각 열린다.

두곳의 전시는 대가들의 면모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대표작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삼성동 조선화랑(02-6000-5880)에서 26일~11월 18일 열리는 '70년대 회화정신'전.

국내에서 두번째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조선화랑의 개관 30주년 기념전이다. 권옥연.김환기.김흥수.남관.문학진.박항섭.변종하.오지호.윤중식.이대원.최영림.하인두 등 지난 30년간 한국 미술계를 풍미한 유명작가 12명의 작품 25점을 내놨다.

더러는 화랑 소장품이고 대개는 개인애호가들이 갖고있던 작품이다. 1973년 조선화랑 전시에 출품됐던 윤중식씨의 '노을'을 보자.

윤씨의 70년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당시 구입한 애호가가 29년간 계속 간직하고 있다가 이번에 화랑측의 요청으로 출품됐다.

이밖에 오지호의 '설경', 이대원의 '농원', 하인두의 '만다라', 박항섭의 '가을', 남관의 '무제', 최영림의 '부부', 김환기의 '11-Ⅳ-74' 등 "어디서 많이 봤던" 눈에 익은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조선화랑은 71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출발, 청담동 시대를 거쳐 최근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2층으로 이전하는 변화를 겪었다.

화랑은 그동안 3백여회의 기획전을 열었으며 권상능 대표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제3대.9대.11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화단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그는 "개관 당시 4곳에 불과하던 서울시내 화랑이 이제는 2백여곳에 이를 만큼 시장규모가 커졌다"고 돌아보고 "투자가치에 주목하는 수집가도 필요하지만 정말로 작품에 애착을 느껴 오래오래 소장하는 애호가들이 내게는 더욱 소중한 동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관훈동 노화랑(02-732-3558)에서 24~31일 열리는 '한국인의 꿈과 낭만'전은 말 그대로 추억의 작가들을 보여주는 전시다.

작가는 담백하고 절제된 회갈색의 마티에르에 서민들의 소박한 정서를 담아낸 박수근,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천진무구한 꿈을 그려낸 이중섭, 백자나 분청사기에서 느껴지는 푸근하고 격조있는 시정을 펼친 김환기, 어린이같은 단순함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장욱진 등 4명.

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있는 이들 '4인방'의 작품을 한사람 당 5점씩 모두 20점 출품했다.

박수근의 '휴식'.이중섭의 '닭과 가족'.김환기의 '달 둘'.장욱진의'독' 등 대표작으로 꼽힐 만한 명작들이다.

노승진 대표는 "모든 전시작이인 누구라고 하면 알 만한 개인소장가 5명에게서 빌려온 것으로 화랑소장품은 없다"고 말하고 "판매는 하지 않으며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입장료 1천원.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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