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변호인의 한심한 행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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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벤처기업 주식 분쟁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검찰과 변호인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왜 국민이 수사 결과를 발표대로 믿지 않고 유권무죄(有權無罪).유전무죄(有錢無罪)란 소리가 나도는지 한 눈에 알 것 같다. 그런데도 검찰과 변호사는 저마다 잘못이 없다고만 주장하고 있으니 어이없을 따름이다.

담당 부장검사가 진정인과 어울려 술자리를 함께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검사나 판사는 자신과 친분있는 사람의 연관 사건은 기피하는 게 정도다. 특히 진정인에게 수사 진행상황을 알려준 것은 도덕성이나 직업윤리 차원을 넘어선 범법행위에 속한다.

녹취록을 보면 부장검사가 피진정인에게 적용할 죄명까지 진정인과 상의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으니 유착.편파 수사 의혹을 지울 수 없고 뇌물수수를 의심할 만한 대목도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변호인인 이상수(李相洙)변호사의 해명도 문제다.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변론을 했고 수임료를 받았다. 그는 말썽이 나자 뒤늦게 선임계를 냈다. 李변호사는 모두가 관행이기 때문에 잘못이 없는 것처럼 해명했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처사다.

우선 선임계 없이 하는 변론은 엄격히 말하면 위법행위다.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 행해지는 폐습으로 수입원을 숨겨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최근 이용호 사건을 맡았던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 장관이 바로 이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됐고 대한변협에서 징계가 거론되는 것이 좋은 예다.

또한 李변호사는 민주당 원내총무로 집권당의 대표의원이다. 검찰 조사 때마다 전화를 걸어 피진정인의 귀가를 독촉했다면 검찰이 정치적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이라면 앞장서 바로잡아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 오해받을 처신을 한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은 사건 처리 결과에 잘못이 없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처리과정의 불법.비리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또 李변호사도 법조인으로서 잘못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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