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짐 크노프 이야기 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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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 지음, 프란츠 요제프 트리비 그림
선우미정 옮김, 길벗어린이
각권 400쪽 내외, 각권 1만2000원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를 기억하는 학부모가 많을 것이다. 시간을 훔치려는 도둑과 이에 맞서는 한 소녀의 모험 이야기인 대표작 『모모』는 그 자체가 훌륭한 팬터지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돈으로만 계산하는 현대사회를 풍자한 빼어난 한편의 우화다. 후속작 『끝없는 이야기』 등을 통해 그는 전 세계 아이들은 물론 어른,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보기 드문 작가가 됐다.

책은 작가 미하엘 엔데를 만든 첫 작품이다. 연극배우·극작가·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한때 실의에 빠져 글쓰기를 포기하려 했었다. 이때 그의 친구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써 볼 것을 제안했고 1년여 동안 산고를 거쳐 나온 작품이 이 책이다. 상상력으로 빚어낸 신비로운 공간에서 독특한 인물들이 벌이는 긴박한 모험이라는 작가 특유의 이야기 구도도 여기서 비롯됐다.

1권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는 5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나라 룸머란트에 소포 하나가 배달되며 시작된다. 소포 속에서 나온 흑인 아이는 짐이라는 이름을 얻고 주민들과 살아간다. 그러나 짐이 자라면서 룸머란트에 더 이상 공간을 확보할 수 없자 임금님은 기관차 엠마를 떠나보내기로 결정한다. 기관사 루카스와 짐은 엠마를 타고 살 곳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난다.

2권 『짐코노프와 13인의 해적』에서는 루카스와 짐 일행이 룸머란트의 등대 역할을 해 줄 거인과 짐의 출생의 비밀을 찾기 위해 두번째 모험을 떠난다.

책 속에서 눈에 띄는 메시지는 나와 다른 사람, 소외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다. 외양상 불완전하고 서로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들은 만남을 통해 완전해지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존재로 거듭난다. 그들이 악당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납치해 학대하는 어금니 부인과 13인의 해적은 목숨을 잃는 징벌을 받는 대신 잘못을 반성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부분이다.

책은 8년 전 전편격인 1권만 번역돼 국내에 출간된 것을 이번에 후속편까지 번역해 낸 것이다. 당시 아쉬운 마무리에 갈증을 느꼈을 어른 독자들에게도 새 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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