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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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노시타 하루히로 지음
김혜숙 옮김, 나무한그루, 232쪽, 1만원

저자가 겨누는 표적은 꽤 매혹적이다. ‘부하 지도에 애를 먹는 상사’‘학생 지도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선생님’‘자녀 교육에 한계를 느끼는 부모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만 있다면 관심을 피력하지 않을 독자가 과연 있을까. 일본의 유명 입시학원에서 16년 동안 강사로 뛴 저자는 “정말 비결이 있다”고 자신한다. 학원이나 회사, 가정 등 공간이 다른 만큼 구체적인 방정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방정식을 구현하는 사고방식은 모든 무대에서 효력을 발휘한다고 확신한다.

이런 식이다. “장래 희망을 세우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라”는 말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대신 저자는 어느 초등학교 6학년생이 졸업을 앞두고 쓴 작문을 복사해서 돌린다. 글은 ‘내 꿈은 최고의 프로 야구선수다’로 시작한다. 또 ‘나는 세 살 때부터 야구연습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년 365일 중 360일은 맹렬하게 연습했다’고 돼 있다.

게다가 ‘고교 졸업 후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할 경우 목표 계약금은 1억엔’이라고 적고 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러나 저자가 “작문한 사람이 스즈키 이치로”라고 말하는 순간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학생들의 표정이 변한다.

자신의 미래와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비결은 ‘감동(感動)’이다. 저자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감(感)’, 행동으로 직결되는 것을 ‘동(動)’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감동’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지시할 때, 부모가 꾸짖을 때도 상대의 마음을 먼저 흔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말과 마음’이다. 먼저 애정을 바탕에 깔고, 똑같은 말도 긍정적인 쪽으로 해야 한다. 진정 상대방의 처지에 섰을 때 상대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래서 강요하면 초보고, 감동시키면 프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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