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사태 ‘미국판 체르노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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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 사고로 대규모 환경 오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앨라배마 주방위군들이 2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 도핀 섬 해안에 기름을 막기 위한 방벽을 설치하고있다. 섬유재질로 만들어진 이 특수 방벽은 기름을 흡수해 고체 형태로 바꿔준다. [도핀 AP=연합뉴스]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건 상황이 악화일로다. 원유 유출이 계속되면서 멕시코만을 넘어 대서양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액도 140억 달러를 넘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피해지역을 찾아 총력대응을 다짐했다.

◆“원유 유출 하루 10만 배럴”=미 해양대기청(NOAA)은 2일 미시시피 삼각주로부터 플로리다 펜서콜라 일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조업 금지령을 내렸다. 해양경찰은 지난달 20일 사고 이후 3만8000배럴 이상의 원유가 유출된 걸로 추정한다. 테드 앨런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해저 유정의 덮개가 완전히 유실되면 원유 유출 속도가 하루 10만 배럴로 늘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 당국의 추산치가 하루 5000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유출량이 20배나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였던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사고 때의 유출량 26만 배럴을 넘어설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유출된 기름이) 대서양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라는 비관적 관측도 내놓았다. 대형 금융회사들은 오염지역 방제에만 70억 달러가 필요한 것을 비롯, 폭발사고로 숨진 직원들의 보상금 등을 포함해 14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전 해결에 3개월 걸릴 수도”=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NBC방송에 출연, “이번 사건의 궁극적인 해결책을 얻기까지 90일 정도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감압(減壓) 유정’을 파는 방법을 제시했다. 바닷속 1.6㎞ 지점의 유정 구멍에서 원유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새 감압 유정을 뚫어 분출 속도를 늦춘 뒤 사고 유정에 콘크리트 등을 밀어넣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작업에는 최소한 2~3개월이 소요돼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매우 심각한 시나리오”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산업과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온 주변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본 점을 감안, 이번 사건을 구 소련의 원전 사고에 빗대 ‘미국판 체르노빌’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오바마, “모든 것 다 할 것”=사고 후 처음으로 피해현장을 둘러 본 오바마는 “우리는 미증유의 환경 재앙이 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유정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기름은 우리 멕시코만 지역들의 경제와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오바마는 침몰한 석유시추시설의 운영주인 영국 석유회사 BP를 겨냥, “BP에 이번 유출의 책임이 있으며 BP가 비용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P 측은 사고 발생의 원인을 석유시추시설의 부실한 장비 탓으로 돌리며 자신들에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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